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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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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눈부시다. 전국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미국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따고 모교 교수를 지냈다. 재산도 남부러울 것 없다. 2017년 공개된 재산이 예금만 20억원 등 총 50억원에 육박한다. 뿐인가 인물도 훤칠하다. 연예인을 해도 무방할 정도다. 2010년엔 모 신문사가 선정한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에도 들었다. 여기에 대한민국 권부(權府)의 핵심에 자리 잡았으니 이보다 잘난 이는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지 싶다. 짐작했듯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이야기다.


한데 그의 최근 행보는 복 받고 가진 것 많은 이의 지혜에 물음표를 던진다. 대통령의 참모라는 선을 넘어 '자기 정치'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무대'에 오르기를 즐길 뿐 아니라 '헛발질'을 거듭해서다. 바른미래당 소속 오신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ㆍ경찰개혁소위원장의 표현을 빌자면 "낄 때 안 낄 때 다 끼며" 자충수를 던진다.

조 수석은 지난 9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것에 대해 "공수처 설치는 촛불혁명의 요구지만, 국회가 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이라 했다. 공수처 신설을 축으로 한 검찰 개혁이란 명분은 좋다. 시급한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발언 자체는 협상의 전략이란 면에서는 영 젬병이다. 빵점짜리란 이야기다. 성사 여부의 칼자루를 쥔 이들을 향해 '퇴물' '구악'이란 시사를 하는데 어느 누가 고분고분 '아, 우리가 문제구나'라 수긍하고 백기를 들겠는가. 이런 발언은 야당이 주장하듯 '겁박'은 아니더라도 '도발'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가 윤똑똑이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은 또 있다. 조 수석은 지난달 22일 국민청원에 답하며 "야당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게 공수처를 만들자고 하는 이야기인가. 국회의원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반대하는 듯이 몰아가는데 염치가 있는 야당이라면 오히려 찬성하고 싶어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건 국회에 대한 조롱"이라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조 수석이 그 제안이 '조롱'이었다는 심증은 알릴레오에서 한 발언에서 굳어진다. 그는 "저의 답변 뒤 야당이 '국회의원 포함이 옳다'고 반발해 참으로 다행"이라 했다. 그의 답변이 진심을 담은 것이 아니라 야당을 비꼬고, 웃음거리로 삼겠다는 심사로 읽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조 수석의 자기 정치다. 비서는 비서다. '그림자'가 돼야 한다. 조 수석은 다르다. 시대가 달라진 탓인지 유튜브며 팟캐스트 등을 이용해 국민 앞에 나서기를 즐긴다. 역대 청와대 수석 중에 조 수석만큼 자주 언론의 조명을 받은 이가 있었던가. 모르긴 몰라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 문재인 비서실장보다 더 잦지 싶다.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있다. 술집의 개가 사나우면 손님들이 오기를 꺼려 빚어놓은 술이 시어진다는 뜻으로, '한비자(韓非子)'에 나온다. 본래는 간신배들의 농간에 현명한 선비가 등용되지 못하는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 든 비유다. 하지만 본래 보좌가 주 업무인 참모가 앞장서서 설치면 '진보'니 '개혁'이니 하는 것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조 수석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위해 그리도 나서야 할 데와 때를 가리지 않고 도발과 조롱을 거듭하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면 검경소위에 의자 하나 놔 드릴 테니 국회에 출석해 말씀하시라." 오 위원장의 제안에 따르는 게 본인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개혁'에 더 도움이 되지 싶다.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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