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 통해 지적

북한 선박 육퉁호(YUK TUNG·사진 아래)가 외국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한 석유류 밀수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북한 선박 육퉁호(YUK TUNG·사진 아래)가 외국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한 석유류 밀수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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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봉수 특파원] 북한이 불법 선박 환적과 사이버 해킹 등의 수법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교묘히 피해 외화를 벌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시 탑승한 의전 차량도 유엔(UN)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불법 수입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휴 그리피스는 AFP를 통해 "대북 제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궁지에 몰아넣었다(put Kim in a box)"며 "그들은 제재를 우회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상천외'한 선박간 불법 환적= 총 378쪽에 이르는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공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 수법을 통해 석유류 밀수와 석탄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몰래 수입한 석유류의 양은 허가된 50만배럴보다 훨씬 많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대표적 사례로 '육퉁(YUK TUNG)호' 방식을 들었다. 지난해 11월11일 한 회원국이 불법 환적 혐의를 보고한 육퉁호는 같은 조선소에서 건조된 쌍둥이 선박의 국제해사기구(IMO) 등록 번호를 도용해 위치를 전송하는 수법으로 정체를 속였다. 심지어 선박에 칠해진 이름도 지우고 '마이카(Maika)'라는 이름을 써넣기까지 했다. 당시 법적으로 IMO에 등록된 해당 번호의 선박 '하이카(Hika)'호는 7000마일(약 1만1265㎞) 이상 떨어진 아프리카 기아나만 근처에 정박해 있었다. 육퉁호는 이렇게 정체를 속인 채 다른 외국 유조선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사용해 접선한 후 석유류를 불법 환적하는 데 성공했다. 제재위는 이에 대해 "북한이 유조선 선체 위장, 미신고 소형 선박의 사용, 불법 명의 변경 및 기타 신분 사기, 야간 이전, 환적용 추가 선박 사용 등을 통해 불법 환적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항만과 공항이 불법 원유 수입과 석탄 수출, 대량 현금 밀수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서해안의 남포항을 허브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남포항에서 "금수 품목인 석탄의 수출과 유류의 환적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수입된 석유류는 수중 송유관을 통해 남포항으로 옮겨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상통화 해킹해 5억달러 마련= 대북 제재로 막힌 달러화 조달을 위해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책임진 정찰총국 산하 해커 조직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아시아에서 최소 5차례에 걸쳐 가상통화거래소를 해킹해 5억7100만달러를 빼돌렸다. 2018년 5월 1000만달러를 절취한 칠레 은행 해킹, 같은 해 8월 1350만달러를 훔친 인도 코스모스은행 해킹이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미국 법무부가 2014년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를 해킹한 혐의로 기소한 해커 그룹 '라자루스'의 일원인 박진혁 등을 거론하면서 "대북 제재 목록에 정찰총국의 사이버 해킹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재위는 또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이나 6월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등에서 목격된 롤스로이스 팬텀, 롤스로이스 고스트, 메르세데스-벤츠 리무진, 렉서스 LX570 등 김 위원장의 고급 전용차들도 "명백한 제재 위반 사례"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6년, 2013년 유엔 결의안에 따라 직간접 공급ㆍ판매ㆍ이전이 금지된 고급 자동차들"이라며 "제조회사 측에 문의한 결과 자사 차량이 맞다고 했지만 (입수 경위 등을 알 수 있는) 차대 번호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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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역시 여전히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제재위는 지난해 몇 차례 가동이 부분 중단됐던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가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한 회원국의 보고를 인용해 "지난해 9~10월 원자로 부분 가동 중단은 핵연료봉 인출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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