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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시대의 변화를 삶과 바꾸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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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와 카풀 업계가 사회적 대타협에 합의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대타협이니 상생이니 나라 밖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단어다. 외국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경쟁과 갈등, 그 해소는 시장의 선택이나 소송의 일이라서다. 소비자나 사법같이 명쾌한 가늠자를 두고 어째 우리 사회는 높은 분이 중재에 나선다. 그러다 보니 갈등의 해소 방식은 자의적이 되고 예측하기 힘들다. 협의 주체가 정말 대표성을 지니는지도 알 수 없다. 아니나다를까, 대타협의 유통기한은 하루도 가지 못했다. 업계 일부가 모여 소비자를 배제한 채 진행한 타협이라면 그냥 카르텔일 뿐이다.


시대의 변화가 내 밥그릇에도 손을 대는 날, 내게 허락된 작지만 전부였던 무언가를 가지고 가는 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리스트 중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1명도 아닌 3명이 연이어 분신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일이라고, 직장 따위 잃어버려도 아니 모든 것을 잃어도 내일은 찾아오는 것이라며, 여기서 밀리면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며, 왜 이야기해주지 않았는가?

죽음에는 전염성이 있다. 뉴욕시에서도 벌써 6명의 택시 운전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억원대까지 올랐던 뉴욕의 택시면허가 1억원대로 폭락했는데, 부동산도 개인 책임이듯 면허 거래 역시 일종의 버블이라는 식으로 사회 분위기마저 이들 편이 아니었으니 빚내서 장만한 이들의 상심과 곤궁은 대단했을 것이다. 뉴욕택시조합은 더 이상의 자살을 막자는 목소리를 낼지언정, 서울개인택시조합처럼 '분신하신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며 미화하지는 않았다.


사연을 지닌 타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그 고통을 애도할 수 있을 뿐이다. 열사의 호칭은 식민지나 독재처럼 비정상적 무법 사회에 필요한 진혼법이다. 우리는 화염병 없이 대통령도 바꿨다. 법은 살아 있다. 그러잖아도 높은 한국의 자살률.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 등은 더 위태롭다. 모두 나름의 괴로움과 사연을 안고 홀로 고통에 빠져 건드리면 무너질 이는 이미 많다.


대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자. "이거 참 세상이 많이도 바뀌어버렸구먼" 하고 씁쓸히 웃어버리고 "그래도 내일은 어떻게든 될 거야"라며 새로운 시작을 도모할 그런 낙관을 이야기하자. 지역사회가 갑작스러운 변화로부터 배제된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고 그 자립을 지원할지 고민하자. 정부에도 이제는 변화를 타협하는 역할 대신 변화 후의 삶을 기획하자고 요구하자.

내 밥그릇의 쪼개짐은 다음 세대에 혹은 저 멀리의 누군가에게라도 새로운 기회를 주는 일이라며 훌훌 털어버리는 여유가 아직 나에게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밥그릇만은 규제와 동료의 죽음으로 지킬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외로운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미국의 승차공유 리프트는 우버를 제치고 상장하면서 기사들에게 신주 매수를 위한 현금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이런 타인의 기회를 뺏기 위해 모두들 투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수의 이익보다는 소수의 손실에만 신경 쓰는 세상을 우리가 후세에 남겨 준다면, 누구도 미래를 위해 리스크를 지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일제에서 한국전쟁까지 격변의 시대를 거치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수많은 것들의 추억을 이야기해주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스스로 원했던 변화는 단 하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은 살아남아 오늘을 남겨주었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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