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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그 많던 딸랑이와 오뚝이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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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외신은 지난 2월 말 미국 인디애나주 한적한 마을에서 11살 소년이 부모의 침실에서 잠자는 아빠를 겨냥해 권총을 발사한 사건을 전했다. 다행히 아빠는 엉덩이에 부상을 입은 정도였다지만 출동한 경찰에게 아이는 "아빠에게 빼앗긴 게임기를 받지 못하면 제2부가 시작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다.


평소의 게임 중독으로 아빠에게 게임기를 압수 당한 소년은 앙심을 품었고, 기르는 개에게 테이저건 발사를 연습하는 등 나름의 범죄 계획을 세웠으며, 경찰이었던 아빠의 순찰차에서 45구경 권총을 훔쳐 자는 아빠를 총격한 믿기 어려운 사건이자, 게임 중독의 심각성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의 행동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문제는 미국만이 아니다. 청소년 게임중독의 위세가 심각해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중독을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으로의 분류를 예고했다. WHO의 권고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IT 강국답게, 인터넷 게임이며, 모바일 게임에 있어서는 절대 고수의 나라, 최상의 환경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프로게이머란 어엿한 직업도 있고, 세계 톱랭커도 즐비하며,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도 적지 않고, PC방 숫자는 당구장 숫자를 따른다는 얘기도 있다. 직업의 세계에서는 유명 게임소프트를 만들어 갑부가 된 사람들도 많고, 프로야구 구단을 소유한 사람도, 떠들썩한 뉴스를 뿌렸던 사람도 제법 있었다.


물론 게임소프트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IT 산업 중 하나이다. 또한 우리가 원조인 PC방 사업도 수출은 물론 방문하는 외국인들마다 경탄하는 훌륭한 비즈니스이다. 거기에 가정마다의 초고속 인터넷망, 가족 숫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보급률까지, 최적의 인터넷과 게임의 몰입 여건이 조성된 나라이다.

통계청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7'에서 초등학생 고학년(4~6학년)의 91.1%, 중학생의 82.5%, 고등학생의 64.2%가 게임을 하고 전체의 2.5%가 게임 과몰입 상태임을 밝혔다. 현 추세라면 과몰입 비율은 누가 봐도 좀처럼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교육기관의 통계와 일부 보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약 40%, 100만 초등학생의 휴대폰 시대가 열렸고, 서울의 경우는 약 90% 가까운 초등학생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그중 70~80%가 스마트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연유일까. 휴일 점심 외식을 위해 아파트 승강기에 올라 보니 유독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더 크게 눈에 들어 왔다. 이내 식당에 들어가 보니 많은 젊은 부부들의 단란한 식사 테이블의 옆에는 십중팔구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아이들은 '뽀통령'이든, 애니메이션이든, 키즈 동영상이든, 한껏 몰입하여 먹는 일은 뒷전인데도 어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를 즐긴다.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보다 더 좋은 장난감은 없고, 어른들에게는 이보다 훌륭한 베이비시터는 없을 지경인 듯하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지불식간에 초등학생 '마이폰'의 소유자가 될 것이다. 혹시 초등학교는 '휴대폰 레스'의 시절로 넘겼다 한들, 중학교에 들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 숙제가 올라온다는 이유로, 또는 나만 없어 왕따 당한다는 핑계 등으로 스마트폰을 갖게 되고, 또 그 기간만큼의 중독 리스크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문득 신혼 시절 아이를 키웠던 때가 생각났다. 불편했지만 가족 외출 때 항상 가지고 다녔던, 딸랑딸랑 흔들며 가지고 놀게 했던 '딸랑이'며, 쓰러트려 놓으면 뒤뚱뒤뚱 일어서던 '오뚝이', 그것을 보며 웃고, 흔들며 좋아했던 아이의 모습. 조금은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자주 눈을 마주치고, 살피고, 그래서 더 교감되었던 시절이었는데.


집에 돌아와 괜히 옛 수납을 뒤져 보았다. 참 그러고 보니, 그 많았던 딸랑이와 오뚝이는 어디로 갔을까. 교육에는 가장 손쉬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은 아닐진대. 한 세대 이전, 느렸지만 촘촘했던, 딸랑딸랑, 뒤뚱뒤뚱의 시절이 그리워진다.


임호순 충남삼성학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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