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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만년을 사는 '바오밥나무'의 요절

최종수정 2019.03.12 06:43 기사입력 2019.03.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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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수분 속에서 자라는 바오밥나무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풍부한 수분 속에서 자라는 바오밥나무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 나무는 별을 휘감고, 파괴하는 나쁜 나무였지만 현실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착한나무'입니다. 곤충들의 안식처가 돼 주고, 동물에는 먹이를 주며, 심지어 사람에게 식량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 바오밥 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에서 바오밥 나무를 나쁜 나무로 묘사한 것은 바오밥 나무에 얽힌 전설 때문입니다. 태초에 신이 여러 나무들을 만들었을 때 바오밥 나무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나무였습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슬퍼한 바오밥 나무가 신에게 매력적인 나무로 만들어 달라고 소원을 빕니다. 이 소원을 이루자 바오밥 나무는 그 후에도, "오래 살게 해달라", "열매를 맺게 해달라"는 등을 계속 신에게 요구합니다. 이에 신은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다른 나무들과 계속 스스로를 비교하며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욕심 많은 바오밥 나무에게 화가 나 "앞으로는 뿌리가 하늘을 향하게 자라라"면서 바오밥 나무를 뿌리째 뽑아 거꾸로 심어버렸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바오밥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나무 거리를 걸어가는 아프리카 주민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지구온난화로 바오밥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나무 거리를 걸어가는 아프리카 주민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래서 바오밥 나무는 길게 1만년을 살고, 튼튼한 나무줄기가 크고 길게 자라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며, 엄청난 영양소를 품은 열매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소중한 식량이 됐지만, 뿌리처럼 생긴 줄기를 가진 괴이한 모습의 나무가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바오밥 나무는 가뭄이 들어도 많은 양의 물을 줄기 속에 보관해 사람과 동물, 곤충들에게는 꼭 필요한 나무입니다. 박쥐와 벌, 새들은 바오밥 나무에 깃들어 살고, 코끼리는 수분이 많은 바오밥 나무의 껍질을 벗겨 먹으며 건기를 견딥니다. 사람들은 바오밥 나무의 열매로 주스나 빵을 만들어 먹고, 나뭇잎을 끓인 물은 약으로 사용합니다. 또 껍질에서는 섬유를 뽑아 밧줄이나 바구니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말라 죽은 바오밥나무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말라 죽은 바오밥나무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생텍쥐페리가 욕심많은 바오밥 나무의 전설 때문에 나쁜 나무로 묘사했지만, 실제로 바오밥 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천사나무인 것이지요. 이런 바오밥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아프리카 남부에서 서식하는 수령 1000~2000년의 바오밥 나무 11그루 중 6그루가 말라 죽었고, 수령 3000년 이상의 가장 오래된 13그루 중에서도 7그루가 고사했다고 합니다. 이들 바오밥나무 중에는 짐바브웨의 '판케', 둘레 35.1m에 높이 30.2m에 달하는 나미비아의 '홀룸' 등이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세포가 파괴돼 말라 죽었습니다.

미국과 루마니아, 남이 등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연구팀이 2005~2017년 아프리카 곳곳의 바오밥 나무를 조사한 결과 수령 1000년 이상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바오밥 나무들이 연이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습니다.

쓰러진 바오밥나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쓰러진 바오밥나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무 중 가장 오래된 바오밥 나무는 스웨덴 북쪽에 살고 있는 수령 9600년에 달하는 나무라고 합니다. 길게 1만년 이상도 살 수 있고, 동식물과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바오밥 나무가 고작 1000~2000년을 살다 말라죽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연구팀은 당시 "죽은 바오밥 나무에서는 질병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 "자연적으로, 갑작스럽게 죽는 바오밥 나무가 아프리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나무는 300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람이 일생동안 이 나무가 죽는 것을 보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밝혔습니다.

바오밥나무의 열매.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주스나 빵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바오밥나무의 열매.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주스나 빵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연구팀은 바오밥 나무들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바오밥 나무들의 종말 현상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두드러지는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아마도 기온 상승과 가뭄이 이 식물에게 위협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원인이 무엇이든 바오밥 나무들이 죽어가는 현상은 남아프리카 대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나무가 죽어 그늘이 사라지고, 이 나무의 껍질과 뿌리, 씨앗, 열매 등을 먹고 사는 동물들에게도 영상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6년에도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바오밥 나무 일부가 고사했다는 소식이 과학잡지에 게재돼 사람들이 안타까워 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앞선 연구팀의 불확실한 발표에도 바오밥 나무의 죽음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비가 내리는 시기가 늦춰지면서 바오밥 나무의 수분 보충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판단하는 것이지요.

석양의 바오밥나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절경 중 하나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석양의 바오밥나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절경 중 하나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국제 식물연구저널 '네이처플랜츠'는 "바오밥 나무의 잇따른 죽음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면서 "건강한 바오밥 나무의 수분은 70~80% 정도지만 죽은 개체에서는 40% 정도만 발견됐다. 수분이 부족해 말라죽어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바오밥 나무 만큼 사람과 동물에게 많은 것을 주는 나무는 없다고 합니다. 그 만큼 생태계에서의 역할도 중요하고요. 1만년을 살아가는 생명력의 상징인 바오밥 나무가 다시 생명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인류의 잘못이 어쩌면 지구의 진짜 주인인 바오밥 나무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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