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문채석 기자]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금들의 지난해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국내외 주식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포트폴리오의 영향이 컸다.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해 지방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이 지난해 3~4%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거 주식시장 상승기에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지만 지난해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이 -0.92%로 집계됐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0.18%)보다 수익률이 더 저조했다. 지난해 운용 손실 규모만 5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약 35%를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 금융시장이 부진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코스피는 연말 기준으로 연초 대비 17.28%, 글로벌 주식시장을 보여주는 MSCI ACWI(한국 제외)는 9.2% 하락했다. 10여년 전부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투자 다변화를 공언해왔지만 여전히 채권(52.9%) 비중이 절반을 넘고, 주식 의존도도 높다.
사학연금의 경우도 위험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사학연금은 16조원 규모의 자산 가운데 주식 부문이 6조원으로 비중이 37%에 육박한다. 국내만 따지면 22%, 해외는 15% 수준이다. 공무원연금도 사학연금과 투자 구조가 비슷해 9조원에 달하는 전체 자산에서 주식이 약 2조6200억원(직접 8860억원ㆍ위탁 8210억원ㆍ해외 9100억원)으로 비중이 30%에 달한다. 이에 지난해 공무원연금도 금융자산에서 1700억원가량의 손실을 냈다.
금융시장 약세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연기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로 주식 비중이 높은 연기금이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해외 주요 연기금 운용수익률 현황을 보면 주식 투자 비중이 48%에 달하는 일본 GPIF가 -7.7%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미국 CalPERS(주식 비중 48%)는 -3.5%, 네덜란드 ABP(주식 비중 33%)는 -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주요 공제회들은 하락장에서 선방했다. 지난해 교직원공제회가 4.1%, 행정공제회가 4.0%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고 경찰공제회와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도 3~4%대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공제회들은 대체투자 비중이 40~50%대로 압도적이었고 주식과 채권이 뒤를 이었다. 중위험ㆍ중수익 자산으로 분류되는 대체투자를 통해 주식 부문에서의 손실을 얼마나 만회했느냐가 관건이었던 셈이다. 공적연금은 모두 채권 투자 비중이 40~50%로 가장 높았고 주식이 30%대, 대체투자가 10%대의 순이었다. 대체투자란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 자산이 아닌 부동산ㆍ사회간접자본ㆍ사모펀드(PEF)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제회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교직원공제회의 경우도 26조원에 달하는 자산 가운데 대체투자가 13조원으로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수익률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체투자가 국내 7%(금융 7.0%ㆍ실물 7.7%), 해외 13%(금융 16.5%ㆍ실물 10.1%)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운용 규모가 작아 시장 변화에 따라 발 빠른 자산 배분이 가능했던 것도 주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주식ㆍ채권처럼 재래식 투자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금융시장이 좋지 않아서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핑계만 댈 수는 없다"며 "주식, 채권 등 정형화된 투자만 집중해봐야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대체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포트폴리오로는 수익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병덕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다른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효과가 있다"며 "연금들이 과거부터 국내, 해외 대체투자를 많이 늘리는 방향으로 오고 있지만 앞으로도 훨씬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연기금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캐나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8.4%에 이른다. 한국의 경우 주식 35.4%, 대체투자 자산 12% 등 위험자산군이 47%에 그친다. 캐나다 연기금의 경우에는 대체투자 자산 40% 등 위험자산이 80%를 초과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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