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민국][르포]당신이 잠든 사이 '새벽배송'…현관 비번은 자동삭제 안심
'롯데 프레시' 새벽배송 동행해보니
호텔 별관에 물류센터…진짜 마트인 줄 오해하는 손님도
길 안 막히지만 취객은 조심…맞벌이·1인 가구 도움 뿌듯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고객분들이 잠들기 전에 주문하면 동 트기 전에 도착합니다. 말 그대로 '눈 한번 깜빡' 하면 배달이 완료되는 거죠."
"이런 곳에 물류센터가 있다고요?" 4일 밤 11시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 별관 1층에 위치한 '롯데 프레시 서대문' 물류센터를 방문한 뒤 나온 첫 마디였다. 통상 물류센터라고 하면 한적한 곳에 대형 화물차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호텔 별관에 들어선 330평 규모의 롯데 프레시 서대문 센터는 소규모 마트의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은 소비자가 직접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간소하고 물건이 좀 더 촘촘하게 진열돼 있다는 것이다.
서대문 센터는 롯데 프레시가 온라인 배송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문을 연 곳이다. 이곳에서는 새벽배송도 이뤄지고 있다. 새벽배송은 밤 10시 고객 주문이 마감되면 11시까지 직원들이 물건을 담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트에서 장을 고객 대신 보는 셈이다. 이후 11시30분까지 상품 포장을 마친 뒤 상품을 배송차량에 싣고 밤 12시부터 배송에 나선다.
정장옥 서대문센터장은 "가끔 지나가는 주민들이 진짜 마트라고 오해하고 장을 보기 위해 오곤 한다"며 "최근에는 주문상품이 다양화되면서 간편식과 맛집 상품, 반찬, 채소 등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고 심지어 아침에 먹기 위해 삼겹살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밤 12시 정각이 되자 배송을 위한 차량들이 출발했다. 이 중 한 대에 동승했다. 이날 배송에 나선 차량은 총 6대. 한 대가 15~16곳의 배송을 담당한다. 앞으로 더 확대할 예정이지만 현재는 배송된 상품의 품질 보증을 위해 하루 96건 이상은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첫 배달은 오전 12시10분쯤 창천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이뤄졌다. 서대문센터 오픈 때부터 근무했다는 김세영 배송기사는 고객 집앞에서 몇 번이나 물건을 다시 쌓으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김 기사는 "물건을 집앞에 놓는 것도 요령이 있다"면서 "무거운 물건을 밑에 깔아야 아침에 고객이 최상의 상태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이 뜸한 새벽길은 막힘이 없었다. 배송기사는 6개월 넘게 같은 지역을 다니다 보니 이제 이곳의 지리에 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테랑인 그도 신촌의 대표적 먹자골목인 현대백화점 뒷길에서는 차량의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다. 김 기사는 "낮에는 어린이와 노인, 밤에는 취객이 특히 위험하다"며 "신촌 현대백화점 뒤와 홍대 먹자골목에서는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 도착한 곳은 대흥동의 한 아파트. 이곳에서 주문한 고객은 집앞 배송을 위해 주문서에 현관 공동 비밀번호를 적어놨다. 현관 공동비밀 번호는 배송기사의 단말기를 통해 안내된다. 배송이 끝난 이후에는 이 번호가 자동적으로 지워지기 때문에 보안에 대한 염려는 없다.
새벽배송에 애로는 없을까. 김 기사는 눈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비가 오면 큰 비닐봉지로 한번 더 포장해 배송하기 때문에 물건이 상할 염려는 없다"면서 "하지만 눈이 많이 오면 새벽에는 골목길에 제설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배송이 어려워질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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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배송을 위해 아파트 공동 출입구 비밀번호를 누르는 김세연 배송기사. 아파트 공동 출입구 비밀번호는 고객이 주문할 때 남기는 기록을 통해 전산으로 관리되며 배송이 끝나는 즉시 번호가 파기돼 외부로 유출 될 염려는 없다.
원본보기 아이콘배송을 모두 마치고 나니 시계는 새벽 2시20분을 가리켰다. 배송기사에게 새벽배송은 어떤 일일까. 그는 "맞벌이 부부와 1인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새벽배송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며 "마트 배송과 퀵서비스 등을 7년 했지만 이 일만큼 자부심을 느끼는 일은 없다"는 말과 함께 다음 배송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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