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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읽는 글로벌 뉴스] 미국 셧다운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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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사태에 항의하는 민주당원. 사진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셧다운 사태에 항의하는 민주당원. 사진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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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여ㆍ야간 충돌로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자 정부가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 중지) 상태에 빠진다. 골머리를 앓던 대통령은 어느날 국회의 야당 원내 대표실을 사전 약속도 없이 전격 방문한다. 갑작스런 '기습'에 놀란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들이지도 내쫓지도 못하며 우왕좌왕 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간다. '문전박대'를 당한 척 돌아선 대통령의 얼굴엔 뜻밖의 옅은 미소가 흐른다. 아니나 다를까, 여론은 '옹졸한 야당'을 비난하며 '대범한' 대통령 편에 선다. 결국 악화된 여론 탓에 야당은 협상에서 양보하고, 대통령은 셧다운 사태를 해결하게 된다.


미국 정치 제도의 특징을 잘 묘사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웨스트 윙'(The West Wing)의 한 장면이다.

2019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한달이 넘는 사상 최장기 셧다운 사태로 휘청거렸다.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3주간 휴전을 선언하면서 정부 운영이 임시 재개되긴 했지만, 35일간 지속된 셧다운 사태는 파장이 컸다. 80만명의 연방공무원들이 일시적 해고 상태가 돼 급여가 끊기면서 노숙자들이나 사용하던 푸드 뱅크 신세를 졌다. 1960년대 이래 사상 최저 실업률과 3%대 성장률로 호황을 보이던 경제마저 움츠러들 조짐을 보였다. 도대체 미국을 들끓게 한 셧다운 사태가 뭔지 자세히 알아보자.


◇셧다운이 도대체 뭐냐고?


한국인들은 대부분 셧다운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연말 국회에서 여야가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 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처리 기한을 넘기기 일쑤지만, 정작 국민들 입장에선 남의 일 같다.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더라도 정부가 문을 닫을 일은 없다. '준예산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54조 제3항에는 국회 예산안 의결이 실패할 경우 전년도에 준해 정부가 임시 예산을 편성에 쓸 수 있도록 규정해 놨다. 신규 지출만 불가능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예산'을 법률이 아니라고 보고 정부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예산 또한 법률로 간주해 국회가 철저하게 통제한다. 일정 시한 안에 의회에서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 정부는 돈이 떨어져 운영을 멈춰야 한다. 생명 및 재산보호에 필수불가결한 분야를 제외한 공무원들은 강제 무급 휴가를 보내 버린다. 구체적으로 군인, 경찰, 소방관, 우편, 기상예보, 전기, 상수도 등의 분야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번의 경우 전체 200만명의 연방 공무원 중 예산 처리가 안 된 일부 부처 공무원 약 80만명이 대상이 됐다. 구체적으로 이중 40만여명은 월급을 받지 못한 채 필수 분야라는 이유로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일했다. 나머지 38만명은 출근도 못한 채 '무급 강제 휴가'를 즐길 수 밖에 없었다. 미 의회가 지난 11일 필수 분야 공무원들에 대한 미지급 급여를 소급해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했지만, 그나마 무급 휴가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임금을 받지 못한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의 "푸드 뱅크 이용하지 말고 대출을 받아라"는 말에 연방공무원들이 불같이 화를 낸 이유다.

미국 국회 의사당. 사진 출처=AP 연합뉴스

미국 국회 의사당. 사진 출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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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제도의 장단점


미국의 잦은 셧다운 사태는 철저한 '삼권분립' 정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진통이라고 보면 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행정부가 국민들이 낸 세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발로다. 이에 따라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 정치제도에서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도록 행정부의 권력을 국민들에 의해서 선출된 국회가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미국 의회의 경우 한국의 '식물 의회'와 달리 입법권이나 정책 수립ㆍ행정 감독권도 더 강하다. 우리나라는 연간 예산의 1% 가량인 신규 사업 예산만 국회가 통제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국회의 승인없이는 행정부가 한 푼의 예산도 쓸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셧다운'이다.


반면 이번처럼 정치적인 갈등으로 예산 집행 등 행정의 안정성이 저해된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 길어야 보름 안팎이었던 그동안의 전례와 달리 이번 셧다운이 35일째 장기화되면서 부작용이 심했다. 대표적으로 기업들의 IPO(기업공개)가 지연되면서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각종 신제품에 대한 형식 승인도 불가능해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가 불가능했다. 항공 보안ㆍ검색 업무 인력이 줄어들어 총을 소지한 승객이 버젓이 국제선 항공기에 탑승해 일본으로 간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제 파급 효과도 커져 1분기 GDP성장률이 제로화될 우려까지 나왔었다. 이렇게 장기화된 셧다운으로 1주당 12억달러씩 경제적 피해가 발생해 발단이 된 57억달러의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이미 초과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태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설치된 장벽. 사진 출처=AP 연합뉴스.

미국-멕시코 국경에 설치된 장벽. 사진 출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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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왜 이리 길었나


사상 최장기간 진행된 이번 셧다운 사태가 길어진 것은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안(57억달러) 요구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로 인해 국민들이 일자리 감소ㆍ범죄 증가ㆍ각종 예산 낭비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해 불법 월경 자체를 봉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불법 이민자 증가의 문제점은 다소 인정하면서도 장벽 건설은 비도덕적이고 예산 낭비이므로 출입국 관리ㆍ국경 보안 강화, 장비 보강 등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섰다.


비록 임시 합의로 3주간 정부 운영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지난해 12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건설 예산안을 처리해줄 생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경 장벽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셧다운 사태가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본질적으로는 '도덕적 올바름'을 외면한 채 실용만 추구하고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며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식 정치와 기존 정치권간의 갈등이 셧다운을 통해 본격적으로 트러블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북핵 문제 해결이나 이민 문제, 인종차별, 미·중 무역전쟁 등의 글로벌 현안을 풀어 가는 과정은 물론,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 관련 특검과 탄핵 등 국내 정치에서도 이같은 미국내 정치권의 분열과 갈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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