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한일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며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와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와중에 불거진 동북아시아 핵심 동맹 간의 갈등이 미국의 동북아 역내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오는 10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양국 관계의 방향을 결정할 방향타가 될 것이라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의 보수 성향 외교ㆍ안보 매체인 '내셔널인터레스트(NI)'는 위안부합의 파기, 강제징용공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레이더 등 최근의 한일 갈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특히 현 상황이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며 사실상 미국의 중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NI는 일본 정부가 한국 때리기에 나선 이유를 극우파를 달래기 위한 묘안으로 파악했다. 일본 극우세력은 노동력 확보를 위한 아베 정부의 이민정책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에게 정권의 기반인 극우파의 지지는 중요한 부분이다. 전쟁 가능 국가를 위한 개헌 추진 등도 극우파의 지원이 필수다. 아베 총리는 극우파들의 '입맛'에 맞는 한일 관계를 집중적으로 부각할수록 선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한국과 달리 강경 노선 일변도다. 일본은 유럽과 연합해 유엔(UN)의 대북 인권 제재 등에 대해 목소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의 독자 행보가 부담스럽다. 이 역시 정권 유지 차원의 행보임을 미국도 알고 있다.
마침 오는 10일에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아베 총리가 새해 들어 직접 한국에 대한 비방에 나선 만큼 문 대통령이 어떤 수위로 대응에 나설지에 따라 한일 갈등은 더욱 증폭되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NI의 진단은 만약 한일 갈등이 증폭된다면 미국의 개입을 촉구하는 것일 수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정부는 한일 갈등 해소를 압박하며 위안부 합의에 이르게 한 바 있다. 이는 일본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된 위안부 합의로 이어졌다.
대미 공공 외교에서 우리에 몇 수 앞서 있는 일본은 미국의 중재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어쩌면 일본은 미국의 개입이라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행동한 것일 수 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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