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딸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트코인 사주려고 하는데 어때?"
송년회에서 나온 이 질문에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한참 반대 논리를 폈지만 그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 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은 최초의 투기였다. 16세기 터키에서 들여온 튤립의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1636년, 희귀종인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튤립 알뿌리 하나의 가격이 당시 노동자의 연봉과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았고 급기야 1년 후에는 대저택 한 채 값까지 폭등했다. 튤립의 본질가치와 상관없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든 결과였다. 각종 풍문이 더해지며 선물시장까지 등장하면서 계층을 불문하고 당시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투기자금이 몰렸다. 결론은 모두가 알고 있다.
2017년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 호황에 발맞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잠잠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주의 주가가 급등했고 연말에는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관련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실체가 불분명한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한다는 소식과 풍문에 급등하는 종목이 속출했다. 확인할 수 없는 '지라시'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퍼져나갔다. 여기저기서 과열 또는 버블을 경고했지만 되레 투자자들의 수는 늘어만 갔다. 결국 비트코인과 주식시장의 관련종목 가격이 하루에도 수십퍼센트씩 급등락하며 서민들의 쌈짓돈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되자 정부가 감시를 강화겠다고 나섰다. 효과는 미지수다.
17세기 '튤립'이 그랬듯, 연말에 불어 닥친 비트코인 광풍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더 큰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을 연상케 한다. 오를 대로 오른 상품을 사는 것은 다른 누군가 더 비싼 값에 그 상품을 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투기시장의 심리를 설명한 이론이다. 탐욕이 끼어든 지금의 비트코인은 현금 없는 실업자들을 위해 1983년 캐나다의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에 의해 탄생한 '대안화폐'의 숭고한 가치를 상실했고, '더 큰 바보'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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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을 통해, 투기적 버블은 가격상승을 정당화하는 이야기가 확대 생산되면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실제 가치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다른 이의 성공에 대한 부러움과 도박성을 띤 흥분을 느끼며 그것에 끌려드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그 지인은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로 딸에게 '비트코인'을 선물했을까. 일그러진 욕망과 탐욕의 재생산이 아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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