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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대해부]취약한 지배구조·오너 리스크…국내기업의 '흑역사 제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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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들의 불안한 지배구조는 기업가치 자체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왜곡된 지배구조와 '거수기' 역할만 하는 이사회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고, '오너 리스크'가 기업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기업의 실적 저하와 신뢰도 하락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최근 기업 이미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곳은 오뚜기 다. 비정규직 비율이 낮고, 함영준 회장이 상속세를 성실하게 냈다는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갓뚜기'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액 5931억원 중 99.6%인 5892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 때문에 오뚜기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달 발표한 ESG(환경ㆍ사회책임ㆍ지배구조) 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최하점인 D등급을 받았다.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만 해당되는데, 오뚜기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이 1조6000억원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유정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뚜기라면이 제품을 제조하고 오뚜기가 완제품을 매입해오는 형식인데, 가격 인상 없이는 오뚜기라면의 원재료 부담 상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0%로, 2015년 4.7%에 비해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오뚜기의 영업이익률이 7.06%에서 7.11%로 소폭 개선된 것과 대비된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뚜기가 일감 몰아주기나 가격 설정 부분에 있어 사회에서 지적받을만 하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지난 7월 오뚜기에 대해 "오뚜기라면의 경우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35%가량인데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는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는 경쟁을 저해하는 행태라는 점에서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통제돼야 한다"고 했다.

오뚜기의 주가 역시 침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24일, 오뚜기가 중견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청와대의 기업인 간담회에 초청받았다는 소식에 장중 한때 20% 가까이 오르면서 88만4000원까지 상승했으나 지금은 78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이달 들어 다소 주가가 오른 것이지만 기업 이미지로 인한 기대 효과는 크게 낮아졌다.

올해 '오너 리스크'로 기업 위상이 흔들린 기업은 '미스터피자' 대산F&B 이 대표적이다.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은 '치즈 통행세' 등 가맹점에 대한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6월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어 90억원 이상의 횡령 혐의로 지난 7월에는 구속기소됐다. MP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 6월21일 이후 20일만에 25%나 급락했다.

한국거래소는 정 전 회장이 구속기소된 지난 7월25일 오후부터 MP그룹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상장 폐지 여부는 내년 10월에 가서야 결정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한전 부지 매입은 지배구조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9월 현대차 , 기아 , 현대모비스 컨소시엄으로 서울 삼성동의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았다. 해당 부지는 감정가가 3조3000억원가량이었으며 시장의 예상 응찰가격은 4조~5조원 수준이었다. '오버 페이' 논란이 뜨거웠다.

낙찰 당일 현대차 주가는 9.17% 떨어졌다. 낙찰 직전일 가격 21만8000원에서 같은 해 11월5일 장중 14만9000원까지 하락했다. 3년이 지난 현재도 현대차 주가는 당시 주가를 회복하기는커녕 20만원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역시 오랜 기간 주가가 힘을 잃었다.

현대차그룹 오너의 불합리한 의사결정과 이를 견제하지 못한 이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재무 전문가인 사외이사가 전혀 없어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만한 조직적 역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4년 12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은 '갑질'에 무감각한 오너 일가의 면모를 국내외에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직후 대한항공 부사장직 등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고,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지만 투자자들의 불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부사장 사퇴 시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직을 유지했다가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입장을 바꾼 것은 오너 리스크가 발생한 경우, 경영진의 적절한 대응방안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세를 그리던 때였다. 4만원 초반대였는데 각 증권사들은 최대 6만원대까지 목표주가를 높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대한항공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기획취재팀(박철응·임혜선·박나영·권성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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