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보다 치열한 하늘 위 '훔쳐보기'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군용항공기의 원조는 전투에 사용하는 전투기가 아닌 적을 감시하는 정찰기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승리로 이끈 무기는 사진기를 싣고 항공촬영을 한 에드리히 다우베기 정찰기였다. 에드리히 다우베기는 1914년 8월 러시아군의 이동을 발견해 타넨베르크전투에서 독일군이 승리하도록 기여했다. 반투명한 날개 때문에 발견하기 어려워 프랑스군은 '보이지 않는 항공기'라 불렀다. 그 당시 개념의 스텔스 기능인 셈이었다.
초기 정찰기는 항공기 조종사의 기억에 의존하거나 사진 촬영을 통해 정보를 담아서 돌아오는 방법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은 조종사의 기억에 의존하지 않아도 디지털 영상으로 촬영해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전송해주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정찰기는 전선지역을 정찰하는 전술정찰기와 적 후방 깊숙한 곳을 정찰하는 전략정찰기로 나뉜다. 주로 적의 동향을 파악하는 전술정찰기는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통 약간의 공대공 무장을 탑재하고 속도가 빠른 전투기를 개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술정찰기로는 RF-5, RF-4, RF-16 등이 있다.
정찰기의 대명사격인 U-2는 대표적인 전략정찰기다. U-2는 기체길이가 13.72m, 날개길이가 약 27.43m, 최대고도가 15200m다. 1955년 제작된 이후 소련 영토 침투와 항공촬영이 가능했던 유일한 전투기였다. 하지만 1960년 소련의 지대공 미사일 SA-2에 격추당하면서 'U-2 신화'는 무너졌다. 현재 탑재하중은 4배로, 항속거리는 2배로 늘린 U-2S가 운용되고 있다.
또 다른 전략정찰기인 SR-71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정찰기로 꼽힌다. 록히드마틴사는 마하3의 속도로 비행하는 SR-71 블랙버드 정찰기를 개발했다. SR-71은 고고도 비행이 가능할뿐더러 최초로 스텔스 설계가 적용됐다. 1962년 첫 비행에 성공한 이후 당시 존재했던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로는 요격이 불가능했다. SR-71은 1990년 정찰위성이 발달함에 따라 정찰 임무를 마치고 퇴역했다가 1998년 완전 폐기됐다. 마하 6의 속도를 지닌 SR-72가 SR-71의 뒤를 이어 2030년까지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사일 성능이 좋아져 정찰기가 격추 당할 위험이 커진 탓에 인공위성의 힘을 빌리고 있다. 하지만 계속 궤도를 돌아야 하는 인공위성은 촬영 타이밍에 따르는 시간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상대편의 영공은 넘지 않으면서 국경 바로 근처를 높은 고도로 나는 고고도정찰기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고고도 정찰기는 정찰범위가 긴 SAR(합성개구레이더) 등을 탑재해 임무를 수행한다.
조종사가 없는 무인정찰기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노스롭그루먼사의 글로벌 호크, 중고도 무인정찰기 프레데터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호크는 몸통길이 14.5m, 날개 폭 39.9m, 중량 14.6톤, 체공시간 38~42시간으로 공중급유 기능까지 감안하면 최장 7일 동안 장기 체공이 가능하다. 프레데터는 기체 7~8m, 무게 413kg에 불과한 소형정찰기로 행동반경은 약 400km이며 204kg의 화물을 싣고 29시간 정보 비행을 할 수 있다.
국내 무인정찰기로는 송골매, 리모아이 등이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00년 송골매를 개발하면서 한국은 독자로 개발한 무인기를 운용하는 세계 10개국 반열에 올랐다. 유콘시스템의 리모아이는 주간에 13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야간에는 적외선 카메라(IR)로 교체해 운용이 가능하다. 날개폭은 2.72m, 기체길이는 1.72m, 무게는 6.5㎏에 달한다. 비행고도는 최대 3㎞이며 통신거리상의 제약으로 운용거리는 15㎞ 정도지만 최장 150㎞까지 이동할 수 있다.
적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시작한 정찰기는 요격 미사일을 피해 더 높은 곳으로, 더 빠르게 변화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래에는 보다 진보된 첨단기술로 무장해 인공위성의 기능을 뛰어넘는 정찰기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사망률 40%' 청소하러 들어간 성인 남성 5명, 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