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홍익표 의원, 상품권법 잇따라 발의
1999년 폐지된 상품권법 18년만에 부활하나
유통업계 "내수위축 우려, 개인정보 보관 어려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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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998년 외환위기 직후 폐지된 상품권법이 18년만에 부활 조짐을 보이면서 유통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상품권이 기업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 등 검은 거래에 악용되고 있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새로운 상품권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상품권 발행 및 발행제한, 상품권 이용자의 권리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규정을 담은 '상품권 발행 및 유통질서 확립과 상품권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6월8일 비슷한 내용의 '상품권 유통질서 확립 및 상품권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냈다.

1961년 상품권법 제정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상품권은 백화점과 같은 유통업체와 구두업체 등에서 정부의 허가를 받아 발행했다. 하지만 1999년 2월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인지세만 내면 누구나 발행이 가능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유효기간(5년)과 환급비율 등이 규정됐지만 지키지 않아도 제재가 어렵고, 사용자를 추적하기 어려워 상품권 불법거래에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새 법안은 상품권을 발행하려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금융위는 상품권 유통질서에 필요한 경우 발행한도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품권 발행사는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상품권을 300만원 이상 구매하는 법인이나 구매자의 인적사항과 발행 내용을 작성해 보관하고 상품권 이용자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행도 의무화했다. 이 같은 상품권 발행 및 판매실적과 미상환액 등은 분기별로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발행한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일정 금액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품권 이용자 보호를 대폭 확대하는 조항도 담겼다. 상품권 발행자는 '먹튀' 등을 막기 위해 발행금액의 50%를 보증금으로 공탁하도록 했다. 상품권에 적힌 물품이나 용역의 제공이 불가능할 경우 전액 현금으로 환급해줘야 한다. 또 유효기간이 3년 이하인 상품권도 발행일로부터 5년까지 유효기간이 지나도 금액의 90% 이하 범위에서 환급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상품권에 명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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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의 적용 대상은 백화점 상품권과 같이 금액이 적혀있는 금액상품권과 물건으로 교환하는 물품상품권, 서비스를 제공받는 용역상품권 등 온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상품권 전체가 해당된다. 다만 온누리상품권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발행하거나 승차권 등 예매가 일반화된 경우, 공연장 등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의 입장권은 적용되지 않는다. 여신전문금융법상 선불카드와 전자금융거래법의 전자화폐도 제외됐다.


유통업계는 상품권을 구매해 지하시장에서 9만원가량에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이 빈번했던 만큼 이를 규제할 수 있다는 점에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매자 명단 관리나 상품권 현금영수증 의무화와 같은 독소 조항은 상품권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1만원 이상 상품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1만원 이하는 사설기관에서 발행한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전체 발행된 상품권 가운데 백화점 등 유통사 상품권 비중은 지난해 7월 기준 79%에 달한다. 2011년 89%에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상품권 발행 비중이 높다. 특히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2015년 기준 5만원권은 1조686억원이 발행됐고, 10만원권 3조5531억원, 50만원권 1조1690억원 등 고액상품권이 대부분이다. 1만원 상품권은 678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상품권의 경우 고객을 매장으로 이끄는 집객효과가 큰 만큼 상품권시장이 위축되면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상품권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며 "요즘같이 내수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품권 거래마저 끊기면 유통기업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유통업체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에는 개인정보 관리가 강화돼 수표를 받을 때도 조심스럽다"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상품권법은 과거에도 추진됐다. 홍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냈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근 상품권을 악용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정부여당이 상품권법 제정을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방산비리가 적발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 2013년부터 임직원 명절 지급용으로 52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했고, 이 중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17억원 상당의 상품권이 로비용으로 군장성 등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광고대행사로부터 상품권 등 4000만원을 받아 기소된 방형봉 전 한국인삼공사 사장을 비롯해 지난해 전주병원 제약업체 리베이트, 엘시티 사건에 연루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최근 1년간 적발된 상품권 로비사건만 13건에 달한다. 경실련은 "적폐 단골로 활용되는 상품권의 관리감독 부재는 상품권 불법 악용의 유혹에 지속적으로 음성적 거래를 유발할 것"이라며 "상품권법 제정을 적극 논의하고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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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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