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 수사, 52억대 수상한 구매 발견…'상품권 뇌물사' 살펴보니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압수수색/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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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의혹 수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KAI가 구매한 52억원어치 상품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KAI는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KAI가 2013~2014년 직원 명절 지급용으로 52억원어치 상품권을 구매했다는 점이다. 이중 17억원어치의 상품권은 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상품권이 군 고위 관계자나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상품권은 과거부터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뇌물 수수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상품권에 대한 관리·감독 장치가 사라졌다. 과거에는 소관부처를 통해 인허가, 발행, 상환, 미상환 등의 보고와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1만원권 이상 상품권을 발행할 때 인지세를 내는 것을 제외하면 금융당국의 단속이 없는 상태다.

현재 상품권을 구매할 때는 현금이나 자기앞수표·법인카드·개인 체크카드만 이용 가능하며 신분 확인이 필수다. 그러나 상품권을 사용할 때는 서명이 필요 없어 누가 썼는지를 알 수 없다. 상품권은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화폐 규모인 통화량 부문에도 제외돼 있다. 실제 유통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보니 상품권이 불법자금으로 유통될 여지가 큰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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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위공직자의 뇌물사건에는 상품권이 자주 등장한다. 이달 7일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엘시티 비리 사건에도 상품권이 논란이 됐다. 현 전 수석은 이영복 엘시티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와 상품권으로 1억400만원, 식대와 술값 등으로 212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현 수석의 공소장에는 2011~2014년 사이 10만원권 상품권 275장을 받은 혐의가 적시됐다.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2004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0만원권 상품권 200장을 받았다가 구속 기소됐다. 당시 박 전 수석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부인이 백화점에서 해당 상품권을 사용하면서 본인 명의의 백화점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한 것이 확인돼 들통이 났다.


당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박 회장을 만나 백화점 상품권 5000만원어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지만, 당시 안 지사가 피선거권이 제한돼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밖에 김재윤, 신계륜, 신학용 전 의원 등은 지난 2014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김민성 이사장에게 법 개정 청탁 명목으로 현금과 상품권 수백만원어치를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법인카드로 상품권 20억원어치를 구입해 현금화해 골프비 등으로 사용했다가 2014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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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검은 관행에도 상품권이 개입돼 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 임직원 수십명은 구의역 사망 사고에 연루된 스크린도어 용역업체 은성PSD로부터 상품권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은성PSD 대표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서울메트로 직원 2명에게 각각 60만원 및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뇌물로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메트로 임직원들이 상품권을 사용한 뒤 현금영수증을 받는 바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조폐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국내 상품권의 종류는 200종, 발행 잔액은 30조원에 달하며 그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법인카드의 상품권 결제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해 지하경제를 양성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상품권에 대한 법령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사회단체들은 상품권법의 부활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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