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탈그룹경영] 미전실 해체 후 새로운 한 주…삼성전자에 쏠리는 시선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서 삼성 계열사 맏형 역할…주요 현안 발빠른 대응, 조직 안정화 노력 병행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아직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 임직원들은 여느 때와는 다른 월요일을 맞았다. 6일은 삼성이 미전실을 해체한 후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다. 평소라면 아침 일찍 서울 강남역 인근 서초사옥으로 출근했겠지만, 그곳 사무실은 텅 비었다.
지난 주말 서초사옥에서는 이사가 이어졌다. 사무실을 채웠던 집기는 비워졌다. 삼성 미전실 소속이었던 임직원들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대기 발령 상태에 놓여 있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와 함께 '그룹' 차원의 활동도 중단했다. 미전실이 기획·인사·홍보·투자 등 주요 부문에 대해 전략을 세우고, 결정된 내용이 주요 계열사 쪽에 전달돼 일사불란하게 실행됐던 운영방식이 사라진 셈이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등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그룹 차원의 대관 업무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활동을 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대관 업무 조직 해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고유 활동에는 변함이 없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역할론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개편될지, 주요 현안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매출 규모나 인력 수준 등 여러 측면에서 계열사 맏형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 미전실 인력 중 상당수는 삼성전자 쪽에 배치됐다. 삼성전자 수원 본사로 출근하는 이들도 있고, 태평로 삼성전자 쪽으로 출근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받지 않은 상태이지만,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이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할론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대표이사 직속으로 글로벌품질혁신실을 신설하고,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인 김종호 사장을 실장에 위촉했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 세트사업 전반에 걸친 품질과 제조 혁신활동을 주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을 둘러싼 폭행 사건의 사실관계를 발 빠르게 바로잡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현장 정리를 위해 출동했던 베트남 공안 당국도 현장에서 촬영된 비디오 등을 통해 경비 직원이 다친 것 외에 더 이상의 폭행은 없었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신중한 보도를 당부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현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전실 인력들이 삼성전자로 복귀했다는 것 자체가 삼성전자 홍보 기능 강화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미전실 기능 부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 차원에서 달라진 환경에 맞게 조직 정비를 할 수 있겠지만,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 기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다.
삼성은 탈그룹 경영의 밑그림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조직의 안정화 시기를 무한정 늦출 수는 없다. 삼성전자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 서둘러 조직을 정비해 안정화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직 정비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QLED TV 출시 등 3월에 예정된 행사는 계획대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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