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팀장까지 동반 사퇴, 고강도 쇄신 의지…그룹이라는 우산 벗고 계열사 책임경영 체제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2시36분, '박영수 특별검사팀'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강남역 인근의 삼성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삼성은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단행한 직후 경영쇄신안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이 어떤 형식으로 어떤 내용의 쇄신안을 마련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특검 발표 시각에서 40분이 지난 시점인 오후 3시16분께 삼성의 미래전략실 폐지 결정이 알려졌다. 삼성의 미전실 해체는 사실상 그룹 형태의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2·28 쇄신선언', 삼성의 선택은 재계에 충격파로 다가왔다. 삼성은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출범 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 비서실→구조조정본부→미래전략실로 이어지던 삼성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없어진 셈이다.


삼성 서초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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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전면적인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전실 해체는 예고된 결과이지만, 시기는 조금 더 늦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 핵심 인사들이 이 부회장 면회를 다녀온 뒤 상황이 정리됐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투명경영을 실천하는 작업은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전실은)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회장께서 유지해오신 것이라 조심스럽다"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스스로 밝힌 것처럼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이 만들었고, 이건희 회장이 이어왔던 삼성의 경영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나온 얘기를 놓고 '돌출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상반된 분석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 발언은 물론이고 이번에 미전실 해체를 단행한 것 역시 이 부회장이 그리는 '삼성의 밑그림' 속에 이미 담겨 있었다는 얘기다. 이른바 '탈그룹 경영' 방식의 운영은 오래 전부터 준비돼 왔다는 의미다.


삼성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책임 경영' '독립 경영'의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재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는 점은 삼성의 힘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에 쇄신안 실천 과정에서 여러 명의 중요한 인재를 잃었다.


[삼성 탈그룹경영] '2·28 쇄신선언', 삼성 직원도 놀란 이유 원본보기 아이콘

삼성 최고 브레인들이 모여 있다는 미전실의 핵심 인사들이 모두 옷을 벗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정현호 인사팀장(사장), 김종중 전략팀장(사장), 성열우 법무팀장(사장),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 이수형 기획팀장(부사장), 박학규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임영빈 금융일류화팀장(부사장) 등 미전실장과 차장은 물론 사장, 부사장급 팀장들도 동반 사퇴했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직책에서 물러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삼성이라는 조직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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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삼성은 중요한 사건과 관련해 핵심 인사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고문' 등의 직책을 유지하며 한동안 삼성과의 인연을 유지하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가깝다고 평가받는 인물까지 이번에 삼성을 떠나게 된 것을 보면 경영쇄신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면서도 "삼성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핵심 인사들이 한꺼번에 조직을 떠나게 된 것은 안타까운 결과"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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