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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 "대기업 중심 경제의 위기… 이젠 '9988 中企'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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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내리막길 치닫는 한국 경제를 향한 쓴소리

노조 임금 투쟁ㆍ경영진 타협 '악순환'
협력 중소기업 피해 확산ㆍ허탈감 고조
공정위, 경제검찰 역할 회복ㆍ법률 강화
일감 몰아주기 공정거래법 통해 막아야
왜곡된 경제구조, 중기 위주 생태계로
공정한 시장ㆍ자원배분 등 3개 인프라 구축
바른 시장경제 체제 구축 통해 한계 탈출
중기청, '부'로의 승격도 검토할 때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중소기업 중심의 신성장 산업생태계 구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정부가 주도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이 사회와 경제적 피해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사진= 윤동주 기자 doso7@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중소기업 중심의 신성장 산업생태계 구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정부가 주도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이 사회와 경제적 피해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사진=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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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조영신 산업2부장, 정리= 김대섭 기자] "현대자동차는 일자리 미스매칭 유발과 인건비 상승의 주범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적 기업으로 키워준거나 다름없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를 망치는 공공의 적이 됐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난 박성택 회장은 정부 주도의 대기업 육성 정책이 가져온 우리나라 사회와 경제적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대기업 노조의 반복되는 임금인상 파업투쟁과 매번 적당히 타협해주는 경영진,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문제 등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에 대한 일침이다.

박 회장은 '고용' 문제가 해결되려면 불공정 관행의 고리를 끊어내고 중소기업 중심의 '바른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 등 대기업 노조 파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지난 7월 이후 현대차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이 역대 최대인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협력 중소기업 120개사 중 81.7%가 '피해가 크다'고 답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판매가격 인상 등을 통해 힘없는 중소ㆍ소상공인과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대기업 근로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내세운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허탈감을 키운다. 아울러 심화되는 대기업ㆍ중소기업간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 문제는 중소기업으로의 청년인력 유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일감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우월적 위치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등은 시장경제를 무너뜨려 사회를 병들게 하는 대표적인 적폐다. 대기업은 지분율 낮추기 등을 통해 더욱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중소기업 기술탈취,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하고 있다. 특히 재벌 3~4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불공정 행위를 하면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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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기 위한 선결과제는.
▲공정거래법을 한층 강화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일괄 20%로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공정거래법으로 확대해야 한다. 해결방안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높여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추상같은 처벌을 할 수 있는 경제검찰로서의 역할을 회복시켜야 한다. 공정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켜 감사원과 같은 독립성을 보장하고 위원장의 임기 보장과 중소기업 전문가를 공정위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불공정행위에 대해 압수수색할 수 있는 강제수사권을 부여해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가능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 관계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한국 특유의 대ㆍ중소기업간 종속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변화시키는 정책도 필요하다.

-바른 시장경제 체제 구축이란 무엇인가.
▲시장의 공정성과 공정한 자원배분, 바른 시장경제 거버넌스의 3개 분야에서 공정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이중 구조를 해소하고 국민 행복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수출 대기업을 육성하고 기업과 근로자는 밤낮으로 일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이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신산업을 창출해 다수 근로자(중소기업 88%)의 소득을 높이고 국가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경제생태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미래 성장전략을 짜야 한다.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수출하면 고용이 될지를 염두해 두고 경제성장 방향을 잡아야 한다. 현재 우리 국민의 실업자 규모가 100만명 정도로 심각한데 국내 기업에 취직한 불법체류자 포함 외국인 고용자가 80만명에 달한다는 점은 큰 문제다.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 구축이 가능한가.
▲경제는 성장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진입한다.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기업은 성장하고 비효율적인 기업은 퇴출된다. 바른 경제는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라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사라지는 게 맞다. 경제의 다양성과 역동성, 창조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왜곡된 경제구조와 산업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인력, 정보, 기술, 자금 등의 지원 방향을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로 맞춰야 한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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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태계 변화에는 정부 정책의 전폭적인 지원과 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지난 50년간 눈부신 양적 성장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중소기업 사업체 수가 300만개를 돌파한 이후 현재 전체 사업체 수의 99%, 근로자 수의 88%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소위 '9988'로 불린다.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청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차관급 외청이라는 현실로 인해 입법발의권과 부처 간 행정조정권이 없다.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각 부처에서 분산 추진되고 있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아우르기 어렵고 이로 인해 정책기획과 집행 등의 비효율성이 야기되고 있다. 이제는 중소기업의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 안착시키고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 바른 시장경제 구축을 위해 중소기업 정책 거버넌스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부'로의 승격을 검토할 시점이다.

-중기중앙회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올 한해 성과와 내년 계획은.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한 새로운 역할 부여와 정부의 인식을 변화시키며 5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의 '협동조합 육성 3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정부 지원 예산(34억원) 편성, 공동사업제품 추천제도 반영, 단체표준 민간 이양, 공동브랜드 개발 추진 등 협동조합 활성화 사업의 기반을 만들었다. 또 청년 채용 운동 전개, 중소기업 이미지 공헌 대상 제정,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안정적 생업과 재기를 위한 노란우산공제 중도해지 가산세 폐지 등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기여했다. 더불어 중소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중기중앙회 내에 산업지원본부를 신설하고 산업별 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면서 정부기관장 간담회 등에서 개선해 왔다. 내년에도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올바른 경제생태계를 조성하고 중소기업의 혁신 기술 제품이 금융과 판로 문제인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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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택 회장은…현장중심·투명성 강화 '거침없는' 행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직설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또 겉치레가 없고 실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기중앙회 임직원들은 이러한 그의 스타일에 대해 '거침없다'고 표현한다. 할 말은 다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외부에 보여주기식의 불필요한 정책이나 업무도 싫어한다. '회원이 주인인 중앙회', '현장 중심의 중앙회', '투명한 중앙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임직원들은 '겉치레' 업무활동이 아닌 중소기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효과를 줄 수 있는 정책개발과 제도개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 회장은 회원이 주인인 중앙회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권한 이양을 위한 책임 부회장제를 도입했다. 현장 중심의 중앙회 구축을 위해 회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산업지원본부 신설은 물론 산업별 위원회도 강화했다. 또 투명한 중앙회를 만들기 위해 성과 창출과 신뢰성 회복을 위한 재무현황 공개, 회계진단 등 조직 청렴도를 개선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창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그의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노력들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하청생산을 위주로 했던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공정한 시장 속에서 혁신과 성장을 통해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창조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 경희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LG금속에서 근무하다 1990년 레미콘ㆍ아스콘 제조기업인 '산하'를 설립하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2012년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2013년 중소기업중앙회 이사를 맡아오다 지난해 2월 제25대 중기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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