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작가·박진성 시인 성추문 확산…"미안하다"

박범신 소설가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박범신(70) 작가와 박진성(38) 시인이 성범죄 의혹에 휩싸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행 등을 당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전직 출판 편집자라고 밝힌 A씨는 21일 트위터에 박범신 작가가 출판사 편집자, 방송작가 등을 추행 및 희롱했다고 적었다. 수필집을 편집할 당시 가진 술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성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했다. 편집팀원과 방송작가, 팬 등 일곱 명이다. 박 작가로부터 '늙은 은교', '젊은 은교' 등으로 불렸다고 A씨는 주장했다. 성적 농담을 했다고도 했다. 영화 '은교'를 제작할 당시 주연배우 김고은씨와의 술자리에서 극중 은교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섹스경험이 있나?"라고 물었다는 등의 여담이다. 자신과 함께 일한 여성 편집자 전부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식의 얘기도 꺼냈다고 밝혔다.

A씨는 "남자 작가 한 명이 세 시간 남짓 동안 여성 일곱 명을 성희롱했으며, 그 중 한 명은 바로 옆에서 내내 어깨, 허리, 허벅지 손을 터치당했다"고 했다. 이어 "너무 유명한 작가이고, 회사를 그만둘 수 없어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냥 말았다"고 했다.

박 작가는 연합뉴스에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팩트를 놓고 다투고 싶지는 않다. 나이 든 내가 마음을 일일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나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받았다면 나이 많은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9일에는 박진성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트위터에 제기됐다. B씨에 따르면 박 시인은 지난해 미성년자였던 B씨에게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다. 사진을 통해 B씨의 학교를 알아내고 "교문 앞에 서서 기다리겠다"고 하는가하면 "거리를 걸으면서 손을 잡자"고 했다. B씨는 박 시인이 이 글을 보고 연락해 공포를 느꼈다며 이름을 밝혔다.

실명이 공개되자 SNS에는 박 시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연이어 올라왔다. 주로 시를 습작하거나 박 시인의 시에 관심이 많은 이들로, 박 시인이 사적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고 했다. 특히 박 시인의 자살하겠다는 연락에 새벽 기차를 타고 그를 만났다는 C씨는 "술을 마시고 있던 박 시인이 '너는 색기가 도는 얼굴'이라고 말했고 키스를 하며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박 시인과 노래방에 가서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했다"고 했다.

잇단 의혹에 박 시인은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그의 시집 '식물의 밤'을 낸 문학과지성사는 "피해자 분들의 고통을 가슴 아파하며 참담한 마음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