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표된 정부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런 심리가 읽힌다. 그러다보니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인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나 집단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은 '쏙' 빠지고 "택지공급 제한해서 가계부채 잡는다"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대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갈비 없는 갈비탕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 축소 선회는 일정정도 집값을 떠받치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정부 당국도 상황을 모르지 않을텐데 이런 대책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딜레마 상황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선 "어떻게 살려낸 시장인데,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는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 방향성이 없는 것은 문제다. 그간 금융당국은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적인 문제다. 현재 가계부채의 질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금융사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에게 "뭣이 중허냐"고 묻는다면 가계부채보다는 부동산 시장이라는 답이 돌아올 것 같다. 내년은 대선의 해다. 가계부채가 조마조마하긴해도 여당에게 치명적인 집값 하락을 막으려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피를 보지 않고 수술을 하겠다니 병이 낫겠는가. 가계부채 대책은 지난해 7월 이후 3개월에 한번 꼴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대책이 매번 이렇게 대증요법 식이라면 백약이 무효다. 가계부채 걱정이 덜어지지 않는 것은 기자만의 기우(杞憂)일까?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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