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소설 건륭황제

소설 건륭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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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륭황제=중국 역사학계는 건륭황제 시기의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제국이었다고 평가한다. 건륭황제는 재위 60년 동안 정치를 비롯해 경제와 문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청나라를 확고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21세기 중국이 ‘강건성세’의 부활을 꿈꾸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건륭황제가 보위에 오를 때 나이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조부와 부친 세대를 두루 걸치며 어릴 적부터 어깨 너머로 권력의 암투를 보면서 통치술을 배웠다. 대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집안싸움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지혜로운 대응책을 익혔고, 안과 위, 득과 실, 승과 패를 앞두고 현명하게 대처한 선제들의 권모술수를 터득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성장기는 그에게 큰 포부를 심어주었고, 꿈과 야망을 갖게 했다. 따라서 건륭은 청나라의 극성시대를 열어갈 큰 꿈을 안고 옹정 때의 폐정을 혁신할 정책을 실시하였다. 탐관오리들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용단을 내려 탐묵에 연루된 측근대신들을 주살함으로써 이치쇄신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성격적인 면에서도 건륭은 제왕의 자질이 넘쳤다. 문무를 겸비하고 지혜와 용맹을 구비했다. 옹정처럼 편집증을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매사에 침착하고 멋과 풍류를 알았다. 이런 성격은 ‘위정이관’이라는 그의 통치술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순조롭게 출발했던 건륭의 시대는 암초와 풍랑을 만난다. 날로 더해만 가는 토지겸병과 탐관오리들의 비리와 부패는 독버섯처럼 퍼져 갔다. 그로 인해 국가는 속으로 병들어 훗날의 비극을 잉태했다. 결국 말년의 건륭은 화신과 같은 간악한 자들의 허와 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현신들을 배척하면서 그의 제국은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소설 ‘건륭황제’는 한 나라가 흥망성쇠의 길을 걷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멸망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대제국의 역사를 보여준다. 작가 얼웨허는 장장 2천년의 세월을 지속해온 중국 봉건사회가 본격적으로 피폐해가는 마지막 백년의 모습을 서산으로 넘어가기 직전 붉게 물든 낙하의 현란함에 비유했다.<얼웨허 지음/홍순도 옮김/더봄/전6권·각권 1만2000원>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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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소설은 1950년대 중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무대로 신분 상승을 갈망하는 절도범 마놀로와 학생운동에 빠져든 부잣집 여대생 떼레사 사이의 착각과 속임수에서 시작되는 사랑을 그린다.


잘생긴 빈민가 청년 마놀로는 잘사는 여자애를 유혹할 작정으로 초대받지 않은 댄스파티에 잠입한다. 그는 그곳에서 떼레사네 집의 하녀 마루하를 부잣집 딸로 잘못 알고 접근해 하룻밤을 보내는데, 이후 한동안 둘은 가난하고 절망한 자들끼리의 연민과 연대감, 육체적 갈망이 뒤섞인 관계를 유지한다.


얼마 후 마루하가 넘어지며 바위에 부딪친 후유증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한다. 마놀로는 오후마다 병문안을 가고, 마침내 ‘세련되고 부유하고 새로운 생각을 가진 여자애’ 떼레사와 자주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리고 자신의 속임수를 차츰 알아채면서도 여전히 사랑해주는 떼레사를 보고 마놀로는 그녀와 맺어지게 되리라는 백일몽에 빠진다.


한편 흰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떼레사가 마놀로에게 빠지게 된 계기는 그를 혁명적 이상에 헌신하는 노동운동 투사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불만으로 가득한 부르주아 여자애’라고 자조하는 떼레사는 성적 욕망을 진보적 열정과 혼동하고 노동자의 삶을 이상화하면서 마놀로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녀는 마놀로에게 이상적인 노동자의 모습을 투영하며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부랑자에다 뻔뻔하고, 어쩌면 순간순간 되는대로 자신을 방어하는 사기꾼’, 즉 ‘보통 사람’인 마놀로의 본모습을 깨닫고 결국 자신이 ‘혁명적 환상’이 아닌 한 남자로서의 그에게 끌렸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이처럼 1957년의 여름날 마루하가 누워 있는 병상을 사이에 두고 싹튼 두 남녀의 불안한 사랑은 “황금빛의 수많은 그림자와 거짓 약속, 억압된 미래에 대한 숱한 신기루들로 가득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예정된 결말을 향해 “아주 잔인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다다른다.


작가는 반독재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프랑꼬 집권기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믿었던 부르주아 대학생들의 위선을 비판하고 그들에게 덧씌워진 신화를 제거한다.


1950년대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영웅적 세대’라 불린 학생운동 세대를 비판과 풍자를 담아 묘사함으로써, 계급문제와 진보주의라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내전 이후 문단의 주류가 되어버린 사회주의 미학과 단호하게 단절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적과 흑’의 쥘리앵 쏘렐과 ‘고리오 영감’의 라스띠냐끄 같은 19세기 사실주의 소설의 유산을 이어받은 인물 마놀로는 20세기 후반 에스빠냐 문학이 낳은 가장 인상적인 작중인물 중 한명으로 꼽힌다. 잘생긴 외모와 타고난 카멜레온 같은 기질, 그리고 강한 신분 상승 욕구를 가진 그는 떼레사가 속한 세계로 날아오르기를 열망하지만 끝내 혹독한 현실 앞에 좌절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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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비단 마놀로뿐 아니라 떼레사를 포함한 많은 인물들이 각기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과 실체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혼란과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묘사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문학 본연의 미덕을 고심하는 자세로 다시 새롭게 돌아와, 불가능한 꿈에서 비롯하는 낭만적이고 서글픈 이야기를 선사한다. <후안 마르세 지음/한은경 옮김/창비/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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