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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타협→파업 30년 날선 대립의 칼, 나라경제엔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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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편 내편, 해묵은 고용갈등을 벗자]87년체제 이후 변하지 않는 노사관계

파업→타협→파업 30년 날선 대립의 칼, 나라경제엔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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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회사가 잘되야 나라가 잘되고 나라가 잘되야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 아재들 정신 차리소" vs "노동자가 잘되야 회사가 살고 회사가 잘되야 나라가 사는 길이다."

"정규직 집행부가 신임을 잃는 것은 해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vs "우리 일자리는 자꾸 좁아지고 옆에 하루아침에 협력 업체가 들어와 있다. 자꾸만 늘어가는 비정규직을 파업으로 막나, 아님 대화로 해결하나. 회사에 씨알도 안 먹히고. 도대체 이길 수도 없는 싸움을 왜 매년 해야 하는지."
◆노사에 노노 갈등까지 덮친 현대중= 현대자동차와 함께 울산지역 양대 사업장인 현대중공업노동조합 내부에서 나오는 얘기다. 조선 업계가 최악의 불황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현대중공업도 대규모 적자와 수주난, 구조조정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노사 간의 갈등은 이미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지만 요즘은 노조원 간의 회사 내부 문제와 미래를 놓고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회사가 우선이라는 주장과 노동자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노조집행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근 거제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날아오는 소식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두 회사 노조는 수주가 끊기면서 이르면 5월 초부터 두 회사 정규직과 협력사 직원 등 2만여명이 실직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특단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가 해외를 다니며 수주 영업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중 내부에서는 거제를 배우자는 의견이 있는 한편에 거제와 우리는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사와 노노 간에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에 노조의 사외이사추천권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내부에서는 경영권과 인사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성노조→온건→다시 강성…노사관계 험로 전망= 현대중공업은 지난 2년간 4조7000여억원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고 최근에는 1200억원의 세금 폭탄까지 맞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 노조와 함께 국내 노동계의 양대 축을 이루는 사업장인 현대중 노조의 역사는 노사갈등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현대중 노조는 노동조합을 설립한 1987년에 56일, 이듬해 128일 총파업, 1990년에는 골리앗 크레인 농성 투쟁을 벌였다. 그러다 회사 측이 파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등 원칙적으로 대응하면서 노조 조직력이 약화되고, 합리 노선의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19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과 경영난에 강성집행부가 들어서면서 2014년과 2015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더구나 울산지역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지원을 받은 옛 통합진보당 출신의 후보들이 20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울산지역 노사관계는 더욱 불안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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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체제 벗지 못하는 노사관계=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아직도 1987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와 함께 노조 설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단체교섭을 통한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향상으로 노조운동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전까지는 한국노총 중심으로 노사협조적인 노동운동과 사용자 주도의 노사관계가 주류였다면 1987년 이후에는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투쟁 중심의 노사관계가 이뤄지고 사업장에서는 사측이 노조를 회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금속노조 소속지부 중심의 대기업 노조의 경우 강력한 조직력과 투쟁력을 바탕으로 노사관계 전반에 투쟁적인 노사관계 분위기를 주도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리해고제 도입과 높은 실업률, 공공부문 민영화 등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압박이 심화되면서 노사분쟁이 격화됐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됐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화됐다. 노사를 둘러싼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민주노총과 일부 사업장 노조는 여전히 투쟁으로 돌파한다는 식의 투쟁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생존이나 생계를 위한 투쟁이 지금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변질되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기업 내에서는 교섭비용이 증폭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현대차도 연례파업, 협력사 소비자에 전가= 현대차의 경우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2015년까지 4년을 제외하고 연례파업을 벌였다. 파업 일수는 414일, 자동차 생산차질은 127만여대, 매출 차질은 15조원에 육박한다. 노조 측은 파업 이후 야근과 특근으로 이런 손실을 다 메웠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매번 기본급 인상은 물론이고 각종 명목의 수당과 성과급, 복지 등을 얻어냈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1인당 평균 임금은 1억원이 넘는다. 고임금에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다 보니 최고의 직장인 현대차 생산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고비용 구조는 고스란히 협력 업체와 소비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현대차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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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사관계 만들 때= 조선과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은 경기가 좋았을 때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노사관계를 맞고 있다. 노사가 경기가 좋았을 때 미리 불경기를 대비한 어떤 준비도 제대로 해놓지 않았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는 상황에서 강성기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산별교섭에서 거의 이탈하거나 개별교섭을 하고 있고 산업별 교섭의 내용도 빈약하다. 금속노조의 대주주격인 현대자동차 노사관계가 미치는 영향력이 금속산업의 노사관계를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

금속산업에서는 고용이 불안하거나 혹은 변화가 불가피해 노조 조합원들이 불안의식을 느낄 때, 보호본능과 같이 노조에서는 투쟁적인 집행부를 선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투쟁적인 노조 집행부를 앞세운 노조의 일시적 물리적 투쟁만으로는 불경기 혹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나 외부환경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를 막을 수도 없고, 때로는 막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경우가 적지 않다.

조선 산업을 비롯해 철강, 건설기계 등에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좀 더 본격화되면서 특히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이 1차적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여기에 노조와 노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속노조 산하 투쟁적 노조 집행부들이 산업구조변화, 경기변동, 저성장에 따른 기업들의 변화나 기존 고용관행이나 제도개편에 대해 기존 투쟁 관성에 따라 전략적인 대응보다는 물리적인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노조의 사회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를 종식시키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새로운 노사관계, 경쟁력 있는 노사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야 한다"면서 "경영계는 투명경영ㆍ윤리경영 체제를 공고히 해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산업현장의 준법질서 확립을 통해 노사관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노동계는 우리 경제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노사문화 구축에 함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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