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찰 허술한 대응 '인질 살해' 배상 책임 인정…도주방지 조치 미흡,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경찰의 부실한 대처로 인질이 살해됐다면 국가가 피해자 가족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소영)는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9616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2010년 6월 발생한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은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가져온 결과였다. 김모씨는 여성을 납치해 돈을 얻어내려는 목적으로 대구 수성구에서 피해자 A를 납치하려 했지만, 차량 뒷좌석에서 달아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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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상부에 납치 미수 사건이 아닌 단순 상해사건으로 축소 보고했다. 김씨는 이 사건이 벌어진 일주일 후 다시 여성을 상대로 납치를 감행했다.

김씨는 다시 대구 수성구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피해자 B씨를 발견했다. 차량으로 유인한 김씨는 B씨가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자 수차례 폭력을 행사한 뒤 차량 뒷좌석 바닥에 뒀다.


김씨는 B씨 가족에게 전화해 6000만원을 계좌로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B씨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 휴대폰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탄 차량을 검문하려고 했지만, 김씨는 눈치를 채고 달아났다.


김씨는 B씨 가족에게 전화해 "경찰에 신고했네, 쫓기고 있다. 고마워"라는 말을 남긴 뒤 자신의 전화기를 껐다. 경찰은 김씨 행방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김씨는 거창으로 이동해 B씨를 살해했고, 시체를 배수로 수풀이 우거진 곳에 버렸다.


B씨 가족은 경찰의 부실 수사 때문에 B씨가 숨진 것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B씨 가족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납치미수사건에서부터 경미한 상해사건으로 다루는 바람에 납치미수사건이 발생한 인근 지역에서 추가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방지할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용의자가 달서구 일대를 장시간 배회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검거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심은 B씨 가족에게 각각 5800만원, 5500만원, 300만원 등 모두 1억1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B씨 가족에게 4808만여원, 4718만여원, 90만원 등 모두 961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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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은 "도주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 조차 취하지 아니한 검문 경찰관들의 부작위는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승용차에 납치돼 있던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와 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면서 판시했다.


대법원은 "(국가는 김씨와 연대해)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상 과실로 말미암아 피해자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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