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살아이 엄마, 다시 일할 수 있을까요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어제도 남편과 말다툼을 이어나갔다. 사흘째다. 작년에 네살 된 은지(가명)가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만 찾아 직장을 관 둔 것이 화근이 됐다. 퇴근이 늦어질 때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것도 퇴직의 큰 원인이었다. 둘이 벌 때는 그나마 살림살이에 조금 여유가 있었는데, 남편 홑벌이만 가지고 꾸려가야 하는 생활은 너무 팍팍했다. 전 직장에 복직은 힘들어 시간제 직장이라도 찾으려 하는데 남편은 100여만원 벌기위해 은지를 다시 남의 손에 맡기는 게 싫다며 반대하고 있다.
주변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결혼 후 다시 일을 하고 싶은데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여성대통령이 나온 지 3년이 지났어도 변한게 없다고들 한다. 여성들이 짊어지고 있는 육아와 가사 부담이 직장을 관두게 할 뿐 아니라 재취업도 힘들게 하고 있다.
한 때 능력이 모자란 탓인 가 싶었는데 뉴스를 보니 개인의 문제가 아닌 듯 싶다. 만 5세 미만 자녀를 둔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기혼여성의 경제적상태 변화' 보고서를 보면 자녀 연령이 만 2세 미만일 경우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32.4%를 기록했다. 10명 중 7명 정도가 전업주부인 셈이다. OECD 2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해당구간의 여성 고용률이 낮은 국가는 헝가리(11.7%), 체코(20.0%) 등 2개국에 그쳤을 뿐이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캐나다에서는 10명 중 6∼7명 이상이 일을 하고 있다니 부러울 뿐이다.
우리나라는 은지 나이가 포함된 자녀 연령 만 3∼5세인 구간에서도 비교국가 가운데 꼴찌(35.8%)를 기록했다. 27개국 중 고용률 30%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러시아(85.4%)와 덴마크(80.0%)는 80%대라고 하니 그 나라에서는 일하지 않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지 모르겠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비교국가 대부분에서는 고용률이 높아지며 자녀 양육이 여성 고용률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성이 노동시장을 이탈하지 않고도 일ㆍ가정 양립이 가능한 보육제도 등 제도적 문제와 여성에 집중된 육아나 가사문제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의 차이에 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최근 20여년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노동시장 내 핵심연령층인 2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을 살펴보면 1991년 49.4%에서 2015년 59.6%까지 늘었다. 다만 OECD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5세 이하 어린 자녀가 있거나 미취학 아동이 있는 경우 고용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 엄마들의 자식사랑이 유난해서일까? 아니면 나라가 우리의 발목을 가정에 매어놓은걸까?
*본 기사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꾸민 가상의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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