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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에 갇힌 여의도…미래 없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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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핀테크 ICT 등 미래산업 관련법안 감감무소식

기업인 출신 의원 등 다양성 확보 시급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테러방지법 15년, 북한인권법 11년'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쟁점법안이 빛을 보기까지는 강산이 한번 변하고도 남았을 만큼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고 여러번 논의와 폐기가 거듭됐다. 결과는 첫 발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용으로 통과됐다는 점이다.
미래 한국을 어둡게 만드는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은 법안의 처리기간이 잘 말해준다. 소위 '정책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쟁으로 십 수 년을 일관했고, 그러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민생과 경제법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서비스업 관련 법안의 국회 계류기간은 평균 600일 정도였다. 2년 가까운 세월을 허비하는 셈이다. 정부여당이 일자리창출 핵심법안으로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9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발의돼 지금까지 4년 가까이 계류중이다. 의료영리화를 놓고 여야가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정치가 경제, 사회의 빠른 변화를 리드하기는커녕 발목만 붙잡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개성공단 폐쇄조치가 내려진 후 여야는 입주기업의 보상문제를 거론하며 특별법 카드까지 꺼냈다. 정작 남북경협 손실 보상과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도 안하고 선심성 카드를 내보인 것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입법 노력은 언감생심이다. 선진국들은 드론을 응용한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개발하고 있고 로봇, 우주항공 등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지만 국내 정치권은 구호만 요란할 뿐 행동은 없다. 지난해 중반 국회에서 드론을 활용한 세미나가 열렸지만 이후 관련분야의 법제화는 감감무소식이다.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핀테크사업 역시 여당이 논의 끝에 법안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총선 준비에 가로막혀 19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최근 이세돌9단과의 바둑대결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도 정치권에서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국회 관계자는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에 대해 입법을 문의하는 의원실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의 정쟁이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게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야당은 무조건 의심하고 정부여당은 대화 보다는 강공책을 택하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9대 국회는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여야가 한번 꼬이면 더욱 풀기가 어려운 구조가 되고 말았다.

인재의 편중 현상도 정치의 선진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에는 법률가, 공무원 등 특정분야 종사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19대의 경우 전현직의원과 정당인 등 정치권 출신 인사가 전체의 70.4%에 달했다. 반면 학계 출신인 5.7%, 기업인은 4.7%에 불과했다. 특히 미래의 먹거리로 강조하는 ICT 업계에서는 새누리당 전하진(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권은희(전 KT 상무)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전 안랩 대표) 등 고작 3명만이 금배지를 달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20대 총선 예비후보 역시 정치인, 율사 등 특정 직업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산업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국회에는 정치인과 공무원만 가득하다"면서 "정치권은 사농공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인재 영입과 함께 제도를 뜯어고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역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이 의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현재의 상향식공천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인 교체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정치는 발전하지 않고 있다"면서 "결국 문제는 사람이 아닌 제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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