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은행들이 과감한 대출보다는 담보 위주의 안전 대출만 추구하는 관행을 이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권을 질타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정책금융 기관을 제외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개인이나 기업을 상대로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줘 이익을 얻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사업 목표를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정책금융 기관이나, 장기적인 산업자금의 공급을 목적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투자은행(IB)과 명백히 구분된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신제윤 위원장은 며칠 전 은행 여신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은행에서 부실 대출이 발생하더라도 고의나 심각한 과실이 아닌 이상 직원에 대한 제재는 하지 않겠다"며 적극 대출을 독려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에 과감히 대출을 해줬다가 실패할 경우 은행의 대규모 손실액은 누가 책임지나. 부실 대출로 수익성이 악화돼 은행의 주가가 떨어지면 이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피해와 반발은 또 누가 감내해야 할까.
안전하게 지켜져야 할 고객 돈을 위험성이 높은 곳에 투자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은 '무리수'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이 상업은행인지, IB인지, 정책금융기관인지 헷갈리고 있는건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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