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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실세 경환'에 꼬리내렸나

최종수정 2014.06.18 14:11 기사입력 2014.06.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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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기존 강경 입장서 한 발 물러나
가계부채 악화·실효성 의문 등 부작용 우려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말 한마디로 금융당국의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 섣부른 '입장선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 최 부총리 내정자의 규제 완화 의지에 경제팀 일원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화답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조심스럽다"면서도 함께 논의를 해보겠다며 기존 강경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최 후보자의 발언이 나온 15일 이후 며칠밤 사이 금융당국의 부동산 규제기조가 뒤바뀐 셈이다.

특히 금융위는 가계채무 건전성을 위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DTI와 LTV를 도입한 이후 10여 년간 미세 조정은 있었지만 큰 틀은 유지했다. DTI와 LTV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아닌 금융안정책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신제윤 위원장은 최 부총리 내정 발표 불과 4일 전인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가계부채와 은행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지금의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조가 하루, 이틀밤 사이 달라지는 건 최 후보자를 비롯해 새로 꾸려질 경제팀과 대결구도로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 후보자가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다'는 말로 규제 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이상 기존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품거나 가계부채 악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DTI와 LTV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집을 살 수 있도록 빚을 더 주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집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 해도 곧바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세를 살다가 자가로 옮겨가는 비율도 2005년 53%에서 2012년 23.2%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관건인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높이는데는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기대심리가 실제 매매로 이어질지 의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계빚이 1000조를 넘는 시대에 금융권과 가계의 안정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여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일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억제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세밀한 정책조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TV를 풀 경우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보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정부 연구기관의 분석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LTV를 50%에서 60%로 확대하면 주택가격은 0.7% 상승하는데 반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포인트 증가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송인호 연구위원은 "국내 LTV 평균은 49.4%이지만 전세보증금을 합치면 58.7%에 달한다"며 "LTV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가 안정되고 주택담보대출의 질이 개선된 뒤 점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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