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와 는개는 둘다 비는 아니다. 하지만 꺼뭇꺼뭇 짙어오는 는개가 되려면 이제 구름터럭 겨우 벗어난 안개, 그 알갱이 십만은 모여야 되는 것이라지. 휘발할 듯 가볍고 바람따라 내몰리는 안개가 어찌 울먹거리며 세상 바닥까지 적실 기색인 는개와 비교되겠느냐.
빗방울의 내공의 섬세한 켜를 읽을 줄 모르는 자는, 진정 우택(雨澤)이 뭔지 모르느니라. 연못의 수면으로 내리는 비를 보았느냐. 작은 물방울 하나가 그 연못의 수면을 변화시킬 리는 없다. 그러나 연못은 그 물방울 하나하나를 다 떨며 받아내지 않느냐. 제 몸을 열어, 그 빈틈없는 자리를 벌려서 둥글게 틈을 열어 그 하나하나를 다 제몸으로 삼지 않느냐.
연못은 빗방울 하나의 오랜 공력과 가물거리는 존재를 지켜온 시간의 두터움을 아느니라. 우택은 그래서 사랑이라 말하느니라. 모르는 사이 젖어들고 불어나는 것, 은은히 주고 넉넉히 깊어지는 것. 그 거시적 풍경은 어둑어둑하고 흐릿한 움직임이겠지만, 보라 하나하나 살피면 작은 물방울들이 전속력으로 헤딩하는 것이니라.
한 몸의 파열, 한 몸의 생애의 파열이 세상을 젖게 만드는 것이니라. 자우(慈雨)는 그래서 작은 공력들이 저마다 죽을 듯이 덤벼든 사랑이니라. 는개는 이제 막 그 운우(雲雨)를 시작하는 신부이니라. 제 몸을 두텁게 하는 일들의 끝에 선 는개니라. 안개여, 아름답지만 전력으로 추락하는 절망의 낙법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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