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트라우마 관리할 컨트롤타워 시급하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며칠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난 중소기업 A 대표는 식사하는 동안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자신도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두고 있어서 악몽을 꾸곤 한다는 것이다. A 대표는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사고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증 등의 증세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사고 발생 후 한 달이 지나면서 본격화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심리적 불안은 한 달 가량 지나면 사라지지만, 사고의 기억이 뇌 속에 각인되는 '트라우마'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심리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안타까운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세월호 생존자인 단원고 교감선생님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을 돌보던 자원봉사자도 자살의 길을 택했다.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학부모도 자살을 기도했다.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세월호와 관련된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수백구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바닷 속에서 건져 올린 잠수부들도 심각한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사고 대책에 트라우마가 반드시 들어가야 할 이유다. 정신건강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고 직후 국립병원 전문의와 상담사 등으로 구성된 심리치료팀을 현장에 보냈다.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안산에는 '트라우마센터'도 생겼다. 세월호 사건 이후 유일하게 체계적인 심리지원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실제 심리치료에 나선 인력 대부분은 자원봉사자이다. 전국에 흩어진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이나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들, 자원봉사자 등은 제 발로 찾아가야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 세월호 초기 구조작업처럼 심리치료도 우왕좌왕하다 시기를 놓치고 피해를 키울까 우려된다. 지난 2월 경주 마리나리조트 붕괴부터 세월호 침몰까지 각종 재난사고 위험은 도처에 널려있다. 트라우마 치료는 수년이 걸린다. 재난 트라우마를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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