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세중, 국내최초 무대미술가 '원우전' 스케치 원본 기증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전위예술가 무세중(77)씨가 우리나라 최초의 무대미술가 고(故) 원우전(1903~1970년)이 그린 스케치 원본 54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원우전은 1930~40년대 토월회, 취성좌, 조선연극사, 동양극장 등에서 수 백편의 무대미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며 연극 흥행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최초로 공개된 그의 스케치 컬러 원본은 한국 근현대 무대미술사와 연극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29일 국립예술자료원은 원우전의 스케치 원본을 이같이 기증받았다고 밝히며, "지난해 근현대 예술사 구술채록 사업을 진행하던 중 무세중 선생이 원우전 선생의 무대스케치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달 입수하게 됐다"고 수집 경위를 설명했다.
예술자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 서울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원우전은 무대미술과 장치를, 무세중씨는 조연출을 담당하며 함께 연극공연을 올린 바 있다. 당시 무씨는 원우전의 스케치 등 자료들이 갖는 가치를 강조했고, 원우전 역시 그러한 의견에 공감하며 각별하게 아꼈던 무씨에게 스케치들을 넘겼다고 한다. 40년 넘게 무씨는 이를 그대로 보관해 오다 적절한 기증처를 찾았고, 이번에 이렇게 국가에 기증하게 됐다. 무씨는 "이 자료와 함께 고 원우전 선생 또한 더 늦기 전에 재조명돼야 한다"며 "이 자료는 후대를 위해 영구보존돼야 하고, 공공의 자원으로 보다 의미있게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기증된 54점은 동양극장의 무대를 비롯해 1930~40년대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는 유일본이자 희귀본으로, 크기는 가로 21.6~23cm, 세로 10.9~11.6cm 규모다.
원우전은 1920년대 한국 근대 신극운동을 이끌었던 토월회(土月會, 1923년)를 시작으로 신파극단 취성좌와 조선연극사 등에서 무대미술을 전담했다. 1935년 동양극장이 개관하면서 전속단체인 청춘좌와 호화선의 전속무대미술가로 선임돼 수 백편의 무대미술을 담당했다. 1950년대 이후엔 신협과 국립극단의 무대장치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는 일본 신파의 무대를 모작해 오던 그간의 관행을 깨고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며 한국 무대미술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한국 근대 무대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존재임에도 명성에 비해 관련된 실증자료가 거의 없고, 관련 인물 대부분이 작고해 그동안 원우전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예술자료원은 "이번 자료 수집을 통해 ‘20세기 한국의 무대미술사’ 콜렉션 수집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으며, 토월회, 취성좌, 조선연극사, 동양극장 등 1920~40년대 한국 연극의 중심에 있었던 극단들의 활동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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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의 의견들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 하고 있다. 유민영 서울예대 석좌교수는 "그의 무대미술작품은 수준면에서 오늘날의 무대미술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가치가 있다는 점과 지난 시절의 무대미술 작품이 희소한 만큼 반드시 그의 작품은 영구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석 부경대 국문과 교수 역시 "이번 작품집 수집은 소실의 위험을 막고 재평가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며 "동양극장이라는 식민지 시대 조선 연극의 핵심을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술자료원은 우선 입수한 자료의 복본 제작 후 원본은 별도 보존처리를 거쳐 영구 보존할 방침이다. 또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제작연도, 작품명의 확인과 함께 자료의 예술사적, 공연사적 의미를 밝히고, 원본 전시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예술자료원은 '원우전 선생 유족찾기 캠페인'을 진행해 공공 목적으로 작품을 활용하기 위해 유족(저작권자)과의 협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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