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덫 빠진 규제개혁
끝장토론 2주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 뜻과는 달리가는 '정부의 오버' 심각
과속경쟁·부처과잉 의욕·개념혼선에 우왕좌왕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이경호 기자, 조슬기나 기자]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주재한 지 2주일을 맞은 3일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각 부처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 후속조치들은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며 공론화 하는데 성공했지만,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단기간 내에 서둘러 규제개혁을 밀어부치다 보니 규제개혁이 오히려 새로운 규제나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끝장토론 후 규제개혁신문고에는 평소보다 4~5배 많은 60~70건의 민원이 올라오고 있다. 각 부처와 신설되는 청와대 신문고, 지자체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수백, 수천건의 규제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나쁜 규제'의 애로를 호소하는 민원에서부터 사회ㆍ안전분야와 직결된 '좋은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부터 특정이익단체의 집단민원 등 다양하다.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환경단체들로부터 규제개혁에 대한 집단반발이 확산되면서 실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즘은 공사석을 망라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규제 좀 풀어달라, 저 규제는 언제 풀리냐는 묻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수십년간 기업에 계신 분이 규제와 무관한 세금을 깎아달라거나 그린벨트를 풀어 공장,상가를 들어설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 적지 않게 놀랐다"고 말했다.
부처간에는 규제를 둘러싼 혼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규제개혁의 컨트롤타워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정홍원 총리와 국무조정실,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삼각편대 체제로 짜여졌고 각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따라가는 구조다.
그러나 모두가 '규제개혁 전도사', '규제개혁 책임자'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이상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는 이날 규제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유해물질 배출시설 입지 제한을 풀어주기로 했다. 미량이라도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공장은 그동안 상수원보호구역 등에 만들지 못했는데 배출 기준을 먹는 물 기준으로 완화한 것.
1월까지만 해도 규제유지 입장이었다가 끝장토론 이후 규제완화로 바꾼데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각 부처들은 올해 안에 경제규제 10%를 감축해야하는데 국무조정실과 규제의 성격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는 일도 발생했다. 부처에서는 사회규제라고 본 '게임셧다운제', '일정기간 고기잡이 금지제도'를 국조실은 경제활동 규제로 분류한 것이다.
분류가 끝나더라도 담당부처와 공무원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규제민원에 2주일 이내에 무조건 소명해야 하며 규제완화법의 패스트트랙에 따라 석 달이 걸리던 일을 한 달안에 처리해야한다.
복수의 부처 관계자들은 "속도만 강조하다보면 규제개혁이 설익은 밥처럼 기업의 고용,투자활성화를 유도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완급조절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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