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발달로 인터넷·sns타고 급속히 확산...불확실·불안한 사회가 근본적 원인
최근 우리 사회의 각종 루머·괴담들은 예전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루머·괴담의 속성상 네트워크망의 속도·범위가 확산될 수록 영향력이 크고 강할 수 밖에 없는데,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보급된 SNS·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그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최근 검찰 수사 소식을 통해 확산된 연예인 매매춘 소문을 비롯해 일상 생활 속에서의 작은 이슈에서조차도 괴담·루머가 넘쳐난다. 최근 대구 일대에서 퍼졌던 '서문시장 핫팩 괴담', 중국인 인육캡슐 괴담, 울산 복합쇼핑몰 붕괴 괴담, 중국인 장기 밀매조직 집단 입국 및 택시 이용 여성 납치 괴담, 연신내역 괴담('서울 연신내역 버스 정류소 쪽에서 젊은 남성이 내 동생의 손목을 커터칼로 긋고 달아났다'는 내용) 등 인터넷·SNS를 통해 수시로 각종 괴담·루머들이 유포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루머·괴담은 옛날의 '소문'과는 다르게 빠른 유포 속도와 현실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최근 '찌라시' 등에 의해 유포된 연예인 매매춘 소문으로 해당 여성 연예인들이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진위가 불분명한 루머·괴담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의 심리적 속성에 힘입어 '진실'로 둔갑해 결국 현실 속에서 문제를 야기하게 된 것이다. 또 철도·의료민영화 같은 사회 이슈의 경우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대규모 파업·교통대란 등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최근 가장 큰 이슈인 철도·의료민영화 괴담의 경우 정부가 아무리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 체제 도입·경영 합리화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는 노력이 미흡해 많은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신뢰하는 대신 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암울한 전망을 쏟아내놓고 있으며, 이것이 괴담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루머 전문가로 꼽히는 니콜라스 디폰조 로체스터 기술대학 심리학 교수는 최근 발표한 '루머사회'라는 저술에서 "루머는 불확실성, 불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불확실한 상황을 통제한다면 루머도 통제 가능하다"고 말했다.그는 "사람들은 불안할 수록 소문을 더 믿게 되고, 또한 믿고 싶은 것을 믿는 특성도 있고, 거짓말도 자꾸 들으면 진실처럼 들리게 된다"며 "사회가 존재하는 한 루머는 사라지지 않는다. 루머가 생기고 퍼지는 것이 어쩌면 정상적이므로, 근거없는 불안을 해소하고 사실 확인을 하며, 커뮤니케이션과 적절한 반박을 통해 루머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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