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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당신은 돈의 노예인가 ? 주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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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 벡 '부자들의 생각법'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심리학에는 '통제의 환상'이란 이론이 있다. 통제의 환상은 사람들이 자신을 통제할 수 있거나 외부환경을 의지대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이자 '마음의 시계' 저자인 엘렌 랭어는 카드 게임 실험은 자기 과신의 함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랭어는 실험자들을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성공적인 이미지를 가진 그룹과 어수룩해 보이는 그룹에 각각 투입했다. 전자에 속한 그룹의 실험자들은 신중하게 게임을 진행한 반면 후자에 속한 실험자들은 경솔할 정도로 판돈을 키우며 게임했다. 즉 후자는 내가 한수 위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갖고 게임에 임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주식, 복권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할 때도 곧잘 '통제의 환상'에 빠진다. 투자세계에서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더 많다. 심지어는 투자 전문가들조차 적중률이 40%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처를 찾아 배회하는 사람들은 결코 줄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난다. 모두들 낙관적인 생각에서 출발한다. 마치 길거리에 널려 있는 황금을 줍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주식투자로 곧 대박을 낼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다.

하노 벡의 저술 '부자들의 생각법'은 부자학(學)의 관점에서 돈에 대한 부자의 생각, 습관, 투자 방식을 상세히 정리하고 있다. 오늘날 부자학에 대한 이론은 많다. 그러나 하노 벡처럼 자본시장의 진실과 인간 심리에 대한 책은 드물다.부자들의 돈 벌기에 대한 이해는 가난한 이들이 부자들에게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일 수도 있다. 가난은 풍족히 버는 사람이 돈을 잘못 관리한데서 오는 문제만은 아니다. 한정적인 재화가 누군가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가는 게임의 법칙이 작용한다. 그래서 '부자들의 생각법' 읽기는 '모르면 당하는 그들만의 경제학'으로도 읽게 된다.

이 책은 이례적으로 2013년 독일 최우수 경제경영도서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의 지적 상태를 재배치해 경제적 성공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기존 자기계발서의 범주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저자는 경제전문기자, 대학교수로 일하며 수많은 투자 이론과 실전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고 실패의 쓴 맛을 보기도 했다. 이에 저자는 오랫동안 부자들의 성공에 어떤 비법이 있는 지를 탐구,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발견한다. 다른 한편으로 통제의 환상같은 확신 편향이 투자들에게 존재하며, 수많은 금융전문가, 펀드 매니저들이 이를 활용해 돈을 빼앗아가고 있음을 밝혀 낸다.

"1년전 3억원을 주고 집을 팔려고 한다. 시세를 보니 3억5000만원이다. 헌데 3억20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 사람과 거래하면 2000만원 버는 걸까 ? 3000만원 손해보는 걸까 ?"

이 때 부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 당신과 부자가 내린 결론을 비교해 보라. 실례로 2012년 '블룸버그' 선정 세계 부자 4위인 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지독한 구두쇠로 유명하다. 그는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고, 각종 경로 우대혜택을 꼭 챙기는가 하면 낡은 볼보 자동차 한대만 보유하고 있다. 또 평소에는 "환경을 위해 일회성 그릇도 닦아 쓴다"며 종이컵조차 여러번 사용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독한 절약정신이 부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에 '베버-페히너의 법칙'이 있다. 열개의 촛불에 한개의 촛불을 더 하면 주변이 밝게 보이지만 100개의 촛불에 촛불 한개를 더 하면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 한다.

거꾸로 사람들은 수퍼에 가서 카트에 자잘한 물건을 하나 둘 담다 보면 계산대 앞에서 합산된 금액이 너무 큰 것에 놀라곤 한다. 자질구레한 물건 가격은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물건을 구입할 때도 그렇다. 푼돈이 모이면 큰 돈이 된다. 사람들은 푼돈앞에서 대범해진다. 사람들이 부자가 되지 못 하는 이유는 푼돈을 챙기지 못 해서다. 부자들 중에는 구두쇠가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 따라서 돈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관한 심리상태가 성패를 나누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이같은 심리적 약점을 간파, '묻지마 투자'에 빠진 이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펀드매니저들이 수도 없이 많다.

우리 주변에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조차 돈의 노예로 사는 경우가 많다. 모두들 돈을 경멸 혹은 숭배한다. 돈 갖기에 혈안이다. 또한 돈에 대해 잘 안다고 여긴다. 그러면서도 돈이 왜 벌어야 하는지, 얼마나 있어야 행복해지는 건지 부자의 기준이 무엇인지 곧잘 잊어버린다. 가난한 이는 돈을 소비한다. 그러나 부자는 돈을 관리, 보존, 투자한다.

가난하다는 기준도 매우 모호하다. 소득이나 재산 보유 정도로 해야 하는 건지, 정서적 결핍 여부로 하는 건 지도 불명확하다. 이같은 일련의 관점, 즉 윤리성을 배제한 '닦치고 돈 벌기' 식 사고는 자칫 성공에 대한 '통제의 환상'에 빠지게 한다. 수많은 혼돈속에서 자기 확신을 갖고 삶을 제대로 관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돈에 대한 철학을 재정립할 법하다. <'부자들의 생각법'/하노 벡 지음/배명자 옮김/갤리온 출간/값 1만5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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