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눈을 가진 여자 초상화'의 거장 펑정지에


펑정지에의 중국 초상 시리즈 작품 중 하나.

펑정지에의 중국 초상 시리즈 작품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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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중국 대표 화가의 '제주 사랑'이 유별나다. 제주도에 자신이 직접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벌일 작업장을 지었고, 전시회도 갖는다.

'사시눈을 가진 여자의 초상화'를 그리는 중국의 중견 작가 펑정지에(俸正杰ㆍFengzhengjieㆍ 45)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제주의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부지를 사들여 60여평 규모의 작업장 건물을 지었다. 오는 19일부터 12월17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펑정지에'를 기념해 장샤오강 등 중국의 유명 화가들도 대거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미술계는 앞으로 제주도가 한국과 중국의 문화교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펑정지에는 "제주도는 경치가 무척 아름답고 개인적으로 이 섬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제주도 내에는 한국의 유명한 작가 분들도 많고, 그동안 지인들도 많이 생겨 어떻게 된 일인지 나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제주도에 작업실을 짓고 전시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펑정지에가 처음 제주를 찾은 건 2년 전이다. 지인을 통해 제주도의 위치를 처음 알게 됐고, 최근 작업장을 지을 즈음부터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사나흘씩 제주에 머물렀다. 제주에 올 때마다 아침밥은 꼭 단골 식당인 해장국집에서 먹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연히 소나무 사진으로 잘 알려진 배병우 작가를 만났고 지금은 친한 친구가 됐다. 특히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작가 박서보 화백과도 친분을 쌓았는데, 두 작가의 작업장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는 "한국 작가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펑정지에는 또 "제주 작업장에서 첫 작품으로 '한라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 예정이며 앞으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화가 펑정지에와 민병훈 감독(왼쪽부터)

중국화가 펑정지에와 민병훈 감독(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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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성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펑정지에는 독일, 네덜란드, 인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은 세계적인 화가다. 이번 제주 작업장을 포함해 그의 스튜디오는 중국 쓰촨성 청두와 베이징, 싱가포르 등 총 4곳에 자리해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10여년 전 부산의 한 화랑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가람미술관 등의 주요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의 대표작들은 여성 인물화가 주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색감은 녹색과 빨강, 노란색 등 원색들이 서로 대비되는 점이 두드러진다. 투박하지만 정감어린 원색의 부조화는 중국 민간의 전통문양이나 그림에서 차용했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눈동자가 모두 밖으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어 묘한 느낌을 준다. 이런 여성 인물화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현대화로 인한 미래의 불안감을 동시에 드러내는 중국인의 다중적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두상에 머물던 여인의 모습이 전신표현으로 확대됐고, 중국 당나라의 유명 시(詩)가 작품 내 텍스트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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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열리는 전시는 중국 작가 중 미술관급 전시로는 첫 개인전이다. 펑정지에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평면, 입체, 설치작품, 판화 등 총 45점이 선을 보인다. 북경 문갤러리와 아시아예술경영협회가 주관하고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총괄 기획자)이 참여했다. 아시아예술경영협회는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의 작가들과 미술계 관계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모임이다. 김 소장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거세게 몰아닥친 '중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류'에서 펑정지에는 중요한 지점을 차지해 왔다"면서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가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민병훈 영화감독은 영화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를 1년간 촬영할 계획이다. 이 영화에는 펑정지에가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한국 배우 윤주가 상대 여배우 역을 맡는다. 민 감독은 "그동안 임옥상, 김남표 등 국내 작가들과 영화를 찍으며 미술과 영화의 만남을 탐구해 왔다"면서 "화가 펑정지에 내면의 생각들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이며, 대사가 없는 시적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내년 10월 완성될 예정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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