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효과 1년..유로붕괴 위험 크게 줄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해 7월26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한 글로벌투자컨퍼런스에서 "유로화를 수호하기 위해 ECB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믿으라"며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 붕괴 위험에 시달리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메시아를 맞이한 듯 환호했다. 이날 독일 DAX30 지수는 2.75% 급등했고 영국 FTSE100 지수와 미국 다우지수도 각각 1.36%, 1.67%씩 뛰었다.
드라기는 지난해 9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무제한 유로존 국채 매입 계획인 전면적 통화거래(OMT) 정책을 유로 수호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던 자신의 의지를 구체화 시켰다.
독일 빌트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 후 지난 1년간 유로존 내 자금 흐름이 뒤바뀌었다며 드라기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했다. 드라기 발언 전 유로존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흐르던 자금 흐름이 역전돼 중심국에서 다시 주변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유로존 위기 국가들의 금융시장에 숨통이 트이면서 유로존 붕괴 위험이 줄었다.
독일 리서치업체 센틱스가 최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내년까지 유로존에서 한 나라라도 탈퇴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한 비율이 23%에 그쳤다. 1년 전에는 73%였다.
JP모건 체이스의 니콜라스 파니츠글로우 투자전략가는 "드라기의 연설 후 문제 국가들에 다시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빌트는 드라기 발언 후 유로존 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수입억 유로의 자금 이동이 이뤄졌다며 이탈리아에 660억유로, 스페인에 1500억유로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드라기는 자신이 호언했던 대로 유로를 지켜냈을 뿐 아니라 유로에 다시 투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유로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1년 전 유로당 1.22달러선에서 움직이던 유로ㆍ달러 환율은 현재 유로당 1.32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주요 30개 통화 중 유로에 대해 강세를 보인 통화는 루마니아 레우, 이스라엘 셰켈화 등 2개 뿐이었다.
유럽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아테네 종합지수는 드라기 발언 후 49%나 올라 그리스는 최대 수혜자가 됐다. 스페인 IBEX35 지수도 40%나 급등했고 아일랜드 증시도 34% 뛰었다.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포르투갈 증시도 30% 안팎의 급등을 기록했다.
유로존 국가간 국채 금리차도 줄었다. 포르투갈 국채 가격은 지난 1년간 42% 상승(금리 하락)했고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의 경우 위험도가 줄면서 가격은 5% 하락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유로존의 비용 부담도 감소했다. JP모건 체이스는 이탈리아가 200억유로의 비용을 줄였고 스페인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190억유로의 비용을 줄였다고 추산했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유로존 경제가 올해 말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발표한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드라기 총재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7월 유로존 PMI는 2년만에 기준점 50을 넘으며 50.1을 기록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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