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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단계서부터 삐걱댄 남북당국회담, 재개 여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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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장에 변함 없어"

▲ 회담 무산됐는데... 
11일 남북당국회담장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관계자들이 막바지 준비 작업을 펼치고 있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직후다.

▲ 회담 무산됐는데... 11일 남북당국회담장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관계자들이 막바지 준비 작업을 펼치고 있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직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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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이자 2년4개월 만의 공식 남북회담이 11일 '성사 하루 전 결렬'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9~10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던 '수석대표의 급'이 결국 남북당국회담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그래도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며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국회담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천신만고 끝에 성사된 회담이 양측의 의견 충돌로 어그러진 만큼, 남북 대표단이 회담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또 다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연락관이 끝까지 협의해봤지만...=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남북당국회담 성사를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통일부는 북측 판문점 연락관이 대표단 명단을 보내오길 기다리면서 내부적으로 남북당국회담의 일정을 조율했다. 청와대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가운데 관련 부처들과 함께 회담을 준비했다. 정치권, 남북경협 관련 기업 등의 성원이 쏟아졌고 회담장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는 취재진의 객실 예약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오후 1시께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건물에서 남북 연락관이 만나 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교환하면서부터 회담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북측이 우리측이 제시한 수석대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후 양측 연락관이 6시간여 동안 남북 직통전화를 통해 추가 협의를 이어갔지만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결국 북측이 우리측에 '대표단 파견 보류'를 통보하면서 회담은 무산됐다.

◆처음부터 삐걱...'급 논란'이 결정타=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8시에 긴급브리핑을 열고 회담 무산 사실을 발표하며 "북측이 우리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으면서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북측은 "남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북남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에 대한 왜곡으로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면서 "회담 무산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당국에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선정해 서로에게 제시했다. 앞선 장관급회담에서는 남측은 통일부 장관이, 북측은 이보다 급이 낮은 내각책임참사가 각각 수석대표를 맡았다.

'우리 정부가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북측의 예상은 빗나갔다. 정부는 북측이 이번 남북당국회담의 수석대표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장관급)을 내보내지 않으면 우리 수석대표의 급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편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9~10일 판문점 실무접촉 이후 우리측은 북측에 당장 대표단 명단을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북측은 명단의 동시교환을 고집했다"고도 말했다. 남북 양측이 회담을 하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갈등을 겪어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대화 재개 가능성은?=현재 양측 연락관이 모두 철수해 이날 중으로는 추가 논의가 없을 예정이다. 남북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회담이 이른 시일 내로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대화의 문은 열려있고 북한이 성의 있는 태도로 나와 남북당국회담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남북 당국 간의 대화에 책임 있게 호응해 나갈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내세운 수석대표의 권한을 판단할 때 가장 격에 맞는 대화 상대방은 우리 통일부 차관이라 생각했고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대화를 위한 대화' 보다는 '원칙 고수'에 방점을 찍고 북한을 상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회담 재개는 커녕 남북 경색 국면이 재연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당국회담 무산은 남북 당국의 협상력 부재 및 경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과연 앞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 5년 동안 회담다운 회담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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