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연봉, 두 마리 토끼 동시에 잡아
-직장내 구성원들 대부분 긍정적인 시선
-선순환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인력 유출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 중견 IT업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업무를 하는 장영철(35)씨는 며칠 전 한 대기업 관계자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 30% 가량 더 높은 연봉을 준다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경력을 쌓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그는 이전에도 직장을 3차례나 옮긴 전력이 있다. 한 직장에서 2년 정도 머물다 관두곤 해온 셈이다. 하지만 장씨는 여러 번 직장을 바꾼 이력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감추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히려 자신의 분야에서 더 나은 인재가 되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온 발자취라며 당당하게 여긴다.

최근 자신의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3년씩 단기간에 직장을 이동하는 '잡호핑(Job-Hopping)'족이 늘고 있다. LG경제연구소가 지난달 직장인 200여명을 상대로 잡호핑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1%가 과거에 비해 잡호핑족이 증가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과거에 비해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또한 '우리 회사 안에 잡호핑을 하는 직원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응답이 48%를 차지해 이제 직장인들 사이에서 잡호핑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잡호핑족에 대한 인식, 과거보다 크게 개선돼= 최근의 잡호핑족은 뚜렷한 방향성과 계획을 갖고 체계적으로 이직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조직에 대한 불만, 부적응 등의 이유로 잦은 이직을 하는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잡호핑족의 특징은 성취 욕구와 도전 정신이 강하고 취업시장에서 유리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를 증명하듯 주변에서 잡호핑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직한 사례를 봤다는 응답도 61%로 높게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직을 자주 하는 직장인에 대해 '철새', '부적응자'로 규정하던 시대도 지나간 듯하다. 잡호핑족에 대한 인식에 대해 물어보니 '조직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19%)'거나 '끈기가 부족해 보인다(16%)'는 부정적인 이미지보단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잡호핑이 가능하다(53%)', '지속적으로 역량을 개발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43%)'는 긍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번 직장을 옮긴 경험이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되기보단 우수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철새도 능력" 잡호핑족 보는 눈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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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호핑족 증가한 배경 '환경과 세대의 변화'= 적극적인 이직을 실행에 옮기는 잡호핑족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장기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각자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에 나를 맡기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세대의 유입도 잡호핑 증가의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한 직장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하기보단 자신이 올린 성과와 시장 가치에 따라 보상받는 것을 선호한다. 또 자신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거나 더 도전적인 기회가 많은 일을 찾아 이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밖에 잡호핑이 늘어난 이유로는 여러 기업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점을 들 수 있다. 업종이나 직무를 초월한 인재 영입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했고 순혈주의적 조직문화가 완화돼 이직의 벽이 낮아졌다. 최근 경력사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되면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게 사실이다.


◆기업, 잡호핑족 어떻게 관리하나= 잡호핑은 기업에 인력의 선순환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방치할 경우 기업에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잦은 인력 유실로 인한 비용 부담이 급속하게 증가할 수 있다. 우수인재를 놓치면 업무 공백으로 인한 손실, 이미 투입된 교육비용, 다시 채용할 때 드는 비용 등이 함께 늘어난다. 따라서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위해 잡호핑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이를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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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잡호핑을 통해 퇴직한 직원일지라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잡호핑족은 평균적으로 더 많은 회사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기업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우리 회사의 고객이 되거나 다른 기업의 홍보담당자, 마케터 등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신경쓰자.


특히 퇴직자는 다시 재고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업으로선 퇴직한 인재를 재고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퇴직자 재고용을 통해 포춘 500대 기업이 절약한 비용은 1년에 약 12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퇴직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퇴직관리를 해주지 못한다면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최나은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퇴직자를 조직에 등돌리고 나간 '배신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타사에서 경험을 더 축적하고 돌아온 저비용 고효율의 인재'로 접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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