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부처 차관회의 개최..1년 전 발표내용 재탕 삼탕에 그쳐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정부가 교내 CCTV 화질 개선, 학교폭력 실태 전수 조사, 예방교육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대책을 14일 발표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경북의 한 고교생이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끊자 부랴부랴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1년 전 발표한 정부종합대책을 되풀이한 수준에 불과해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이달 말까지 학교안전 실태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최모군(15)이 유서에서 "학교 내 CCTV의 사각지대가 많다"고 밝힌 바대로 교내 CCTV는 고화질로 설치하고, 지자체 CCTV통합관제는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CCTV설치 문제는 '안전한 학교 만들기' 차원에서 2011년부터 추진한 사안이며 지난해 11월 '학교안전강화방안'에서도 같은 내용이 똑같이 추진됐다. 재탕, 삼탕 논란이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설치된 CCTV도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에 따르면 현재(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시내 1321개교에 CCTV는 총 1만8179대가 설치돼있다. 그러나 이중 93%는 화소가 50만 화소 미만이다. 학교별로 편차도 심해, CCTV가 1대만 있는 학교도 2곳이 있었으며, 반대로 하나고의 경우는 136대나 있었다. 김 의원은 "최근 출시되는 휴대폰 카메라가 800만 화소 이상인데, 얼굴이나 정확한 번호판 식별조차 어려운 50만 화소 미만의 CCTV가 대다수다. 정부가 생색내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과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전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25일부터 한 달 간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파악해 예방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매년 2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전수조사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학교에서 진행돼 실효성도 적다는 지적이 줄곧 있어왔다. 또 최 군이 속해있던 학교는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에서 전교생 절반 이상이 설문에 참여했지만, 아무도 최 군의 상황을 제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학교폭력과 관련, 전문상담교사 및 전문상담사를 확대 배치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전국적으로 상담사를 확대했다. 전년도 1900여명에 비해 1571명 늘어난 3500명을 각 학교와 Wee센터 등에 채용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계약직이어서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며, 올 초에는 전국의 전문상담사 969명이 인력감축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난 1월 해고통보를 받은 한 상담사는 "아이들과 상담을 하는 일은 연속성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인데 1년이 되지 않아 해고 통보를 받아 학생들에게 더 안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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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처벌위주의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대책에서도 학기 초 일진 등 폭력서클을 집중 단속해 경찰청을 중심으로 엄정 처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전교조는 "폭력서클 집중 단속 등 솎아내기식 엄벌주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학생은 2만3800여명으로 1년 전보다 8.7% 늘었고, 같은 기간 학교폭력 사건으로 구속된 학생 수도 333명으로 전년 대비 223.3% 증가했지만 학교폭력은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관계자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교육적 접근이 매우 중요한 데도 정부 대책은 여전히 아이들을 감시하고 사건이 일어난 후 약방문을 마련하는 근시안에 머물러 있다"며 "근본적으로 가혹하리만큼 아이들을 성적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교육풍토를 바꾸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학교폭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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