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포기해야 하는 카드일까, 아직 온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일까. 이동국-박주영 '공존 프로젝트'를 향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은 6일(한국시간) 런던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했다. 이동국과 박주영은 지난해 2월 쿠웨이트전 이후 1년여 만에 동반 출격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경기를 마쳤다. 후반 19분 상대 수비의 방심을 틈탄 이동국의 기습적인 발리 슈팅 외엔 이렇다 할 득점 기회조차 없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수비진의 부진은 대표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자연스레 뒷걸음질을 하게 만들었다. 경기 초반 번뜩이던 공격이 수비 집중력을 잃은 전반 20분부터 사라진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들어 이동국-박주영 투톱을 가동했다. 크로아티아의 거센 공세에 수비가 붕괴된 상황. 미드필더를 한 명 줄이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2선에서부터의 수비 부담이 커질 수 있었다.
문제는 예상대로 후반에도 수비가 악화일로를 걸었단 점이다. 이정수가 빠지고 정인환이 투입됐지만, 투톱으로 인해 중원은 도리어 엷어졌다. 크로아티아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2선과 3선 사이 벌어진 간격을 줄기차게 파고들었다. 이 때문에 박주영과 이동국은 온전히 공격에 집중하지 못한 채 중앙선 아래로 자주 내려와야 했다.
공격의 주축에 선 해외파들이 대표팀에서 투톱 체제를 거의 소화한 적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구자철은 "투톱으로 공격진이 재편되면서 전체적으로 흔들렸다"며 "앞으로 준비를 잘 하면 되지만 생소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팀 전체의 전술 이해도가 부족했단 뜻이다.
이동국-박주영의 공존 가능성을 실험하기에 주어진 상황은 여러모로 좋지 못했다. 최강희호 출범 이후 겨우 두 번째 동반 출전이었기에 '실패'라고 낙인을 찍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둘의 호흡은 엇박자였다. 둘이 한 경기에서 동시에 득점한 경기는 2005년 쿠웨이트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골을 합작해낸 경기도 2006년 앙골라전이 유일하다. 그만큼 파괴력은 기대 이하였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극단적으로 말해 박주영-이동국을 빼는 게 낫지 않나"란 날선 질문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이동국과 박주영은 현 대표팀 상황에서 결코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이동국은 최근 4년 동안 125경기에서 78골을 넣었다. 국내파 중에선 단연 최고 공격수다. 박주영 역시 월드컵과 올림픽을 통해 검증된 공격자원이다. 아울러 둘은 김신욱, 지동원, 손흥민 등 신예들보다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다가올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특히 최 감독의 말대로 상대가 밀집수비로 나섰을 땐 투톱으로 공격 숫자를 늘려 수비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최 감독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둘의 조합을 실험할 마지막 모의고사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제 결단은 오로지 최 감독의 몫이다. 이동국-박주영 공존에 대한 가능성을 품을지, 혹은 다른 대안을 찾을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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