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의 따뜻한 과학기술이란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서울대 교수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강연장으로 미끄러지 듯 들어왔다. 23일 서울 시청 다목적홀. 그는 나즈막하고 느린 말투로 500여명의 청소년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쓰는 과학기술을 장애인을 돕는 따뜻한 기술로 바꿀 수 있다면 인류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나는 지구의 과거를 연구함으로써 미래를 찾는 작업을 한다. 6년전 지구 변화를 알 수 있는 지질학적 재료가 풍부한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학생들과 탐사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뇌사상태에서 3일만에 깨어났다. 사고로 4번 척수를 다쳤다. 어깨 아래는 지금도 신경이 없다.내가 삶을 영위하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건 과학기술 덕이다. 나는 연구를 해야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런 그는 재활에 시작하면서 "다행이 뇌를 다치지 않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한 적 있다. 지금 그는 컴퓨터 마우스를 입에 물고 각종 연구활동은 물론 강의를 펼친다. 이 교수는 "각종 과학기술이 장애로 인한 불편을 줄여줬다"면서 "사람과의 격차를 좁히는데도 과학기술이 기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사고가 났던 자리에 다시 가 봤다. 사고가 언제 있었느냐 싶을 정도로 그저 평범한 사막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제자 한명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그를 치료 했던 병원도 찾았다. 당시의 치료사는 이 교수를 다시 만나자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이 교수는 "지금 장애를 잊고 산다. 사고 이후 한번도 좌절한 적이 없다 임사체험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장애를 잊게 해준 기술은 특수한 컴퓨터 마우스, 음성인식 프로그램, 한글 음성인식 세종대왕 프로젝트 등 다양하다.
"나같은 중도장애인이 다른 사람, 세상과의 통합이 가능한 데는 우리 사회가 지식경제사회로 전환했다는데 있다. 그 중심에 정보통신과학이 있다. 유니버셜 설계 즉 보편적 설계가 사회통합을 더욱 촉진한다. 스마트 워크, 스마트 교육 등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바로 인류의 미래를 새롭게 고민해야하는 기점이다."
그는 얘기 도중 "침이 올라오지 않아 입이 마르곤 한다"며 자주 물을 마셨다. 물론 물은 주변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아마도 낮고 느린 말투가 그런 연유인 듯 하다. 그러나 낮은 목소리속에서도 인류의 미래를 설파하는 대목에선 거침이 없다. 곧 휠체어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올 것처럼 포효한다. 과학기술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사람간의 격차를 줄여주는데 기여해야한다는 의견에선 무게를 더 한다.
"지구 나이 44억년이다. 그 중 철은 22억년전에 만들어졌고, 석유ㆍ석탄은 2억년전에 만들어졌다. 지구 진화과정에서 생명의 탄생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화산 폭발 이후 햇빛을 통해 광합성을 하는 작은 생명체가 생기고, 그 생명체는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 인간이라는 고등문명을 지닌 생명체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억년에 걸친 지구 진화의 산물인 석유ㆍ석탄 등 모든 에너지를 다 잠식해가고 있다. 지금의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인류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그의 경고는 준엄하다. 또한 인류가 위기를 이겨내고, 새롭게 생존과 번영을 이뤄야하는 목적은 바로 우주에서 유일한 고등생명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스티븐 호킹은 우주에 아주 낮은 단계의 생명체가 여럿 있겠지만 인간만큼 진화된 생명체는 없다고 말한다. 다른 행성에서도 인간 정도의 생명체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인류가 끊임 없이 지구 환경을 지키며 제대로 생존해가야하는 이유는 우주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생명체가 사라진다면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나갈 존재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
지금 과학자들이 고민에 빠져 있다. 지구환경에서 과연 인류가 어느 정도까지 살아남을 것인가하는 문제다. 대부분 수만년 이상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모든 숙제를 해결하고 인류가 스스로 영속해야하는 할 유일한 고등생명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오래 영속해 가기 위해서는 보다 밀접한 사회통합을 이뤄야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이상묵 서울대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학자다. 95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해양학 박사를 받고 2003년부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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