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시내 한 곳만 나가봐도 우리는 수많은 노래방을 볼 수 있다. 그 때문일까? 우리 주변에는 노래 제법 한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술만 마시면 자연스레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특유의 2차 문화는 우리를 더욱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야 2차로 노래방을 가든 말든 상관없다. 어디 가서도 쪽팔리진 않을 테니. 하지만, 노래를 못하는 '음치'들에겐 사정이 다르다. 마이크를 잡는 것이 두렵고,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가사 음정 박자를 모두 신경 쓴다는 것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기 '음치클리닉'에는 그런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학창시절부터 타고난 음치임을 자랑하던 동주는 동창들과의 술자리에서 겁도 없이 덜컥 결혼식 축가 솔로를 자청하고 나선다. 다음 날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더욱이 10년 간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잘 보일 기회가 될 거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 음치클리닉을 찾아왔다.
결혼식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노래를 속성으로 배우고자 하지만, 평생을 음치로 살아온 그녀가 한 순간에 가수로 탈바꿈 하는 것은 천지가 뒤바뀌는 것만큼 힘든 일. 더욱이 그의 노래를 들은 음치클리닉 강사 신홍(윤상현)은 "결혼식을 2년 뒤로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놀려댄다. 과연 동주는 성공적으로 축가를 마쳐 기나긴 짝사랑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노래 실력 하나로 사람이 울고 웃을 수 있다는 심오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음치클리닉'은 한 번쯤 노래로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속 "왜 항상 2차는 노래방인거야?"라는 공사장(장광)의 대사는 단순한 그 만의 넋두리가 아닌 지금의 사회를 반영한 심도 깊은 대사임이 분명하다.
주연 배우 박하선의 천만가지 표정과 데뷔 7년 만에 첫 스크린 공략에 나선 윤상현, 그리고 영화 '도둑들'에서 '씹던껌'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김해숙의 능청스런 연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화 '음치클리닉'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장영준 기자 sta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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