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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2012 박주영은 '2008 이승엽+2010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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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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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인기가 많은 선수는 스타가 될 수 있다. 슈퍼스타는 다르다. 결정적 순간 작은 차이를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 나아가 최악의 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바꿔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 그 만이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 2008 베이징에서 이승엽이 그랬고, 2010 사이타마에서 박지성이 그랬다. 그리고 2012 런던의 ‘슈퍼스타’는 박주영이었다.

한국은 11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인공은 박주영이었다. 전반 37분 역습상황에서 일본 수비수 네 명 사이를 홀로 돌파했다. 이어 페널티지역 오른쪽 대각선 방향에서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골키퍼가 몸을 날려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축구 천재’다운 완벽한 피니시. 동시에 두 가지를 떠오르게 한 장면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한국과 일본의 야구 준결승. 8회 2-2 동점 상황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섰다. 대회 내내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예선 7경기 22타수 3안타, 1할 대 타율이었다. 4번 타자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자신을 믿어준 감독과 동료들에겐 미안함이 가득했다.

이윽고 경쾌한 스윙. 방망이를 맞고 하늘로 솟은 공은 떨어질 줄 몰랐다. 한참을 날아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결승 2점 홈런. 절체절명의 순간 터진 결정적 한 방이었다. 이승엽이 왜 한국의 4번 타자인지를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이승엽의 홈런에 힘입어 한국은 6-2로 일본을 꺾었고, 기세를 이어 결승에선 쿠바를 꺾고 첫 금메달을 따냈다.
2년 뒤 일본 사이타마 경기장.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이 만났다. 결전의 무대를 앞둔 라이벌전이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더군다나 장소는 일본 축구의 성지였고, 일본의 월드컵 출정식까지 준비됐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에이스’ 박지성이 그렇게 만들었다.

전반 6분, 김정우의 헤딩 패스를 받은 박지성은 중앙선 부근부터 단독 돌파해 들어갔다. 아크 오른쪽에서 때린 땅볼 슈팅. 수비수 세 명이 앞에서 달려들고 골키퍼가 몸을 날려봤지만 공은 그대로 골문 왼쪽을 갈랐다. 6만 4000여명의 일본 관중을 깊은 침묵에 빠뜨리는 골이었다. 한국은 2-0으로 일본을 꺾고 기분좋게 남아공을 향했다.

다시 2년 뒤, 박주영은 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골을 넣었다. 의미는 이승엽의 홈런과, 화려함은 박지성의 골과 데칼코마니였다. 박주영은 이번 대회 와일드카드로 홍명보호에 승선했다.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해내야 했다. 기대 이하였다. 조별리그 스위스전 선제골를 뽑아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다른 경기에선 내내 부진했다. 브라질과의 4강전에선 선발 명단에서조차 제외됐다. 대표팀 맏형으로서 어깨는 자꾸만 무거워져 갔었다.

그런 가운데 터진 일본전 골은 이승엽의 홈런처럼 모든 부담을 멀리 날려버렸다. 더불어 한국을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이끌었다. 득점 과정은 2년 전 박지성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중앙선부터 수비수를 농락한 뒤 정확한 슈팅으로 일본 골문을 열어젖혔다. 박지성의 골 못잖게 역대 한일전 명장면으로 길이 남을만한 멋진 골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박지성은 차분한 세리머니로, 박주영은 커다란 사자후로 일본 관중들을 침묵시켰다는 것 정도뿐이었다.

이승엽이, 박지성이 그랬듯 박주영도 한국의 슈퍼스타였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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