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MP3플레이어, 세계 첫 개발하고도 3조원 날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 실패사례’ 분석…원천특허 사업화 때 우리기업들끼리 분쟁으로 사라져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우리나라가 MP3플레이어를 세계 처음 개발하고도 3조원을 날렸다는 분석이 나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특허청에 따르면 이는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공동위원장 : 국무총리?민간위원장 윤종용)가 최근 들어 한 지식재산사례 심층정책연구(‘지식재산분쟁에 따른 우수기술의 사업화 실패사례 분석 연구’)에 따른 것이다.
정책연구결과 국내 벤처기업이 세계 첫 개발한 MP3플레이어 원천특허가 사업화과정에서 국내 특허는 우리 기업들끼리의 분쟁으로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 등록된 외국특허는 미국 특허괴물(NPE)에 인수돼 오히려 우리 기업들이 라이센스수수료까지 내고 있어 이중의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MP3 플레이어란 애플의 iPod, 스마트폰과 같이 디지털파일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플레이어로 1997년 우리나라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가 세계 처음 개발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GMID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5~2010년 MP3 기술적용기기(MP3 Player, PMP, 스마트폰)의 세계 주요 국가(한국, 미국, 중국, 일본, EU 등) 판매량이 13억대를 넘는다.

대당 기술료를 미화 2달러로 계산할 경우 해당기간동안 약 27억 달러(한화 약 3조1500억원)의 로열티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디지털캐스트는 연구개발과 사업화비용이 부족한 가운데 국내의 한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초 MP3 플레이어인 ‘엠피 맨’이 시장에 선보여 사업화 초기 세계적 관심 속에 컸으나 국내 기업들의 비슷한 제품 시판과 특허무효소송을 거치면서 국내특허는 권리범위가 좁아지고 특허료까지 내지 않아 사라졌다.

반면 외국에 등록된 권리는 유효하게 살아있으나 미국의 특허괴물(NPE)인 텍사스(Texas) MP3 Technologies가 모두 사들였다.

2007년 미국에서 국내·외 대기업들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낸 뒤 취하한 것으로 보아 지금은 국내기업들이 당사자합의로 특허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007년 2월16일 미국 Texas 동부연방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애플, 샌디스크를 상대로 한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성준 지식재산전략기획단 지식재산진흥관은 “MP3 플레이어사례는 특허출원단계에서부터 특허관리, 특허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지재권생태계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박 진흥관은 ▲청구범위설계가 미진해 강한특허로 출원되지 못한 점 ▲국내 특허의 높은 무효비율 ▲낮은 손해배상액으로 국내 경쟁사들이 특허침해에 대한 부담이 낮아 쉽게 시장진입을 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실제 당해특허 분석결과 국내 출원단계에서 특허 청구범위가 정교하게 작성되지 못해 경쟁자들의 무효주장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작용했다.

반면 미국, 유럽에 등록될 땐 청구범위가 잘 설계돼 무효주장에 강한 특허로 등록될 수 있었다고 이번 정책사례연구는 잘 말해주고 있다.

박성필 KAIST 지식재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우리 기업들의 특허권행사가 높은 특허무효율과 건당 평균 5000만원 정도의 낮은 손해배상수준이란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것을 사례분석과 전문가인터뷰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허무효비율을 낮추기 위해선 우수심사인력을 늘리고 선행기술조사서비스의 양적·질적 강화, 특허요건의 하나인 해당기술의 ‘진보성’에 대한 법원판단기준이 바로 서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손해배상액 현실화를 위해선 3배 배상제도를 비롯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필요하나 지금의 손해배상기준에 따른 1배의 배상이라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제도 손질과 법원판결사례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연구에 참여한 고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애플이 저작권문제 해결을 통해 iTunes서비스를 하고 브랜드와 디자인 전략을 펴 iPod를 문화아이콘으로 만드는 등 여러 유형의 지식재산을 경영전략관점에서 통합활용한 데 반해 우리 기업들은 특허에만 치중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기석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이 사례는 성공적 지식재산관리는 법률, 경영, 금융이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 단장은 “기업의 핵심무형자산인 특허권이 실효성 있게 보호되지 못할 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글로벌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어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지식재산 보호체계정비 등 제도개선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중점추진방침을 밝혔다.



왕성상 기자 wss4044@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왕성상 기자 wss4044@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