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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바스에 빠져 버린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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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는 공황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가 유효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대공황을 해결하는 밑바탕이 됐다. 오늘날 크레바스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해낼 아이디어는 없을까.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로 꼽히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 대학 지구연구소장,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 대학 교수의 해법을 소개한다.

◆폴 크루그먼="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크루그먼 교수는 그 동안 칼럼, 강연, 저서에서 부채위기 해법으로 제시돼온 긴축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개인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집단 입장에서 보면 재앙 같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면서 긴축이 경제위기의 해법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 지출이 네 소득이 되고 네 지출은 내 소득이 된다"며 "지출을 동시에 줄이면 두 사람의 소득도 줄어 저축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긴축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는 누군가 절약하겠다면 다른 누군가 소비를 더 늘려야 '유동성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다른 누구'란 바로 '국가'다.

크루그먼 교수는 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접근했다. 부채 그 자체가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빚은 갚아야 하는 것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자산"이라며 "빚이 있다고 반드시 가난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빚을 갚겠다고 나설 때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부채가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두가 부채를 줄이겠다고 나서면 소득은 준다. 이때 감소한 소득에 비해 부채는 더 많아 보인다.

크루그먼 교수가 각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8000억달러(약 921조2000억원)에 가까운 버락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은 경기부양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8000억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이 깎아준 세금이나 세금 환급금이었다. 5000억달러는 실업수당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식료품 보조금이었다.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이용된 것은 1000억달러 정도뿐이다. 국민에게 돈을 줘도 국민은 이를 다시 저금하거나 부채 갚는 데 쓸 뿐이다. 따라서 인프라 등에 더 많은 자금이 집행돼야 유효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해서도 "유동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완전 고용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 고용에 필요한 자금은 연간 4%의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규모다. 그는 경제학계의 통념을 깨고 인플레이션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가 부채의 실제 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새로운 성장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삭스 소장은 현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부의 불균형'이 초래한 악순환을 꼽았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권이 되레 부자들 편에 서서 소득세 감면, 금융규제 완화 같은 잘못된 정책으로 일관해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삭스 소장은 현 위기의 해법으로 경제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요즘 문제는 주택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역동적인 경제성장의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크루그먼 교수가 주장하는 재정정책을 통한 유효 수요 창출이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그리 좋지 않다고 본다. 경기부양책에 한계가 있고 그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삭스 소장은 네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장기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소비 증대로 유효 수요를 만들어 불황에서 벗어나는 그 이상의 차원이다.

둘째,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삶의 질 면에서 새로운 변화로 사회적 이익을 창출해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보ㆍ통신ㆍ교통ㆍ소재ㆍ유전공학에서 신기술 개발로 최고의 이익을 뽑아내야 한다. 이제 투자는 저탄소ㆍ저공해ㆍ친환경 산업으로 옮겨져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투자에서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민간 부문의 저탄소 산업(풍력ㆍ태양열ㆍ원자력) 투자는 장거리 송전망에 대한 공공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민간 투자와 공공 투자의 융합에서 찾을 수 있다.

넷째, 높은 수준의 공공복지 혜택 및 인적 투자가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러려면 북유럽 국가들처럼 소득 상위층에게 높은 세율이 적용돼야 한다. 재정적자 없이 장기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체된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성장동력은 새로운 기술과 사람에 대한 투자로 만들어낼 수 있다.

◆로렌스 서머스="공공부문 강화로 새로운 활력을 찾자."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전 의장인 서머스 교수 역시 성장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의 진짜 이유로 충분치 못한 경제성장을 꼽았다. 그는 금리가 경제성장률을 넘어설 경우 부채 문제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며 지금 유럽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긴축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서머스 교수는 현 위기에 거시경제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그 이상의 해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한 것과 비슷한 변화가 오늘날 진행되고 있다. 그는 "농업사회 시절 기술발전 덕에 소수만으로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그 결과 나머지 다수가 농업으로부터 해방돼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농업경제는 산업경제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사회도 기술발전 덕에 전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가전 같은 제조업 제품의 가격은 더 떨어지고 인력이 적게 투입되니 만성적인 고용 문제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서머스 교수는 고용부진을 2008년 발생한 경제위기 이상의 문제로 보고 있다.

그가 산업사회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회구조를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옷이나 가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이 준다면 의료 서비스나 교육 같은 방면에 좀더 많은 사람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노인복지 부문에서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머스 교수는 사회보장과 관련해 유럽처럼 부채를 통해 사회보장이 이뤄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정치적 의지 문제로 시민들이 사회복지의 필요성에 대해 깨달아 사회복지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라구람 라잔 시카고 대학 교수는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무역 흑자 혹은 적자 폭을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향후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은 라잔 교수는 그 동안 신흥국이 선진국에 의존해 성장해왔지만 이제 그 틀이 바뀌어야 세계 경제의 안정을 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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