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동안 커지기만 하던 덩치가 줄어드는 것은 기름값이 가장 큰 이유이다. 선진국의 중산층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그래서 큰 차를 작은 차로 바꾸고, 다시 가구당 두세 대씩 갖고 있던 차량을 한두 대로 줄이고, 종국에는 전차를 타게 만드는 기름값이 도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탄소를 적게 배출해 온난화도 막아 보고 물자를 아껴 써서 지구를 지속 가능케 해보자는 생각도 도시의 규모를 줄이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다시 보면 위기라기보다는 변화의 시간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삶의 모습을 바꿔야 할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껏 우리에게 친숙했던, 많이 만들고 넓게 살던 도시, 그 속에서 쓸 수 있다면 가능한 한 많이 쓰고 살던 삶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제부터 만드는 도시와 주거, 아니 이미 만들기 시작한 도시와 주거는 그동안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우선 자동차를 멀리 한다. 100여년 전 자동차가 도시에 하나둘 나타나자 사람들은 이 기계야말로 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도시에서 심각했던 공해는 마차에서 마구 버려지는 말똥이었다. 냄새나고 지저분하며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을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는 당연히 공해 문제의 해결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100년도 채 안 되어 자동차는 퇴출 대상 1호가 되었다. 자동차를 멀리하면 도시는 작아지기 쉽다. 걷고 싶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로 바뀌는 것이다.
셋째, 폐기물을 에너지로 만든다. 음식물 쓰레기, 분뇨, 톱밥 등등 그동안 버려왔던 것을 활용하여 도시와 주거를 작동하게 한다. 폐기물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만든다. 그야말로 '똥은 밥이다'라는 말처럼 폐기물도 순환되니 버릴 것이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녹색도시, 자동차가 필요 없는 작은 도시, 태양열 등의 녹색에너지를 쓰는 주택, 버려지는 것들은 다시 에너지가 되는 도시와 주거, 이처럼 바뀌는 저탄소 녹색도시와 주거는 당연히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꿀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난 산업화, 근대화 이후의 생활모습을 겸허히 반성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저탄소 녹색도시와 주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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