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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상]아낌없이 주는 컨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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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현대상선 사장

이석희 현대상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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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는 본래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규격화된 직육면체형 용기를 말한다. 외국에서는 그냥 간단히 박스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깡통이라고도 한다. 생긴 것이 아무런 멋대가리 없이 네모반듯해서 얻은 별명인 듯하다.

컨테이너는 가로 5.9m, 세로 2.3m, 높이 2.4m이며 무게는 2290㎏이다. 여기에 화물을 가득 실으면 2만2000㎏까지 실을 수 있다. 겉 표면은 올록볼록 요철이 나 있으며 양쪽 귀퉁이에는 다른 컨테이너와 연결할 수 있는 홈이 파여 있다. 각 회사들은 컨테이너에 회사의 로고와 고유의 색깔을 칠해 놓는다.
컨테이너를 만든 사람은 1956년 처음 컨테이너선을 운영해 물류 혁명을 이끈 말콤 맥린이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2007년 포브스가 선정한 '20세기 후반 세계를 바꾼 인물 15인'에 선정된 바 있다. 그만큼 컨테이너가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렇듯 컨테이너의 발명으로 물류 비용은 혁신적으로 절감됐고 그로 인해 국가 간 무역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도시와 항구의 모습과 기능이 바뀌었으며 선진국과 후진국의 생산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결국 컨테이너로 세계화라는 거센 물결이 일어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 만든 작은 곰인형을 컨테이너에 실어 태평양을 건너 어느 작은 소녀에게 성탄절 선물로 전달했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곰인형을 만든 아시아 어느 나라 노동자에게는 생활할 수 있는 급여를, 생산업체에는 회사의 성장을, 선물을 받은 소녀에게는 미소와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컨테이너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이다.

컨테이너의 기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화물을 싣고 오대양 육대주 험한 바다 물결을 헤치고 전 세계를 다니다가 어느 정도 수명이 다되면 어느 육지 외딴 곳에 머물러 작은 집이 되기도 하고 창고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은 갈색 고철이 되어 다시 용광로로 들어가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어찌 보면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그 생이 마감할 때까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우리에게 주고 떠나는 것이 바로 컨테이너다.
사실 컨테이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6ㆍ25전쟁 이후 가난과 경제적 어려움이 가득한 1970년 우리나라에 처음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이 도착했다. 컨테이너가 우리나라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이다. 그 뒤 불과 4년이 지난 1974년 처음으로 부산에 컨테이너 터미널이 세워졌으며 1998년 이 부산 컨테이너 터미널이 세계 5대 컨테이너 터미널로 성장했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중국, 미국, 싱가포르 다음으로 연간 물동량 2000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달성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결국 컨테이너를 빨리 도입한 것이 바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우리 현대상선 선박들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이 컨테이너를 나르고 있다. 올해 현대상선이 나르는 컨테이너가 325만개를 넘을 것이다. 이것을 일렬로 세우면 경부고속도로를 23번 왕복할 수 있고 지구 반 바퀴를 갈 수 있다고 한다.

비록 딱딱하고 거칠고 투박한 외모지만 세계 경제의 혁신자인 컨테이너에 꿈과 희망, 행복을 가득 실어 고객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해 주고자 전 세계를 누빈다.

5월31일은 바다의 날이다. 오늘따라 이 볼품없는 컨테이너가 예뻐 보인다. 이 작은 컨테이너가 세계 경제의 혁신자이자 세계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듯 이 컨테이너를 통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인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이석희 현대상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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