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송도 땅에 대형 경작지, 무슨 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금싸라기'로 소문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일부 땅이 부동산 경기 침체ㆍ지주 과다ㆍ규제 등으로 미개발ㆍ방치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땅으로 전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찾아간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에서 가장 비싼 땅 값(3.3㎡당 평균 800만~1500만원대)를 자랑하는 이 곳은 호화 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송도2교를 건너 힐스테이트ㆍ푸르지오하버뷰 아파트 뒷편으로 가니 갑자기 휑한 공터가 나타났다. 곳곳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심어 놓은 채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유지이니 경작하지 말라. 형사 고발하겠다'는 경고판도 있었지만 주민들은 크게 게의치 않는 듯 이리 저리 오가며 땅을 일구고 채소를 가꾸고 있었다.
알고보니 이 곳은 송도가 매립되면서 인근 어민들에게 지급된 보상 용지 중 일부로, 원래는 상점ㆍ주택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준주거용지(M2블록ㆍ10만여㎡)였다. 인천시는 1997년 송도에 매립지를 조성하면서 어민 1200여명에게 생계 대책용으로 1인당 준주거용지 165㎡(50평)을 7000만 원에 싸게 분양했다고 한다.
공급 초기 어민들은 이 땅에 대한 우선공급권을 '조개 딱지'로 부르며 1500~2000만 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전매했고, 현재는 지주들 중 90% 이상이 서울 등 타지인이라고 한다. 이 땅은 2005~2006년 송도에 부동산 광풍이 불 때 최대 5억~7억 원 사이에 거래되는 등 대박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현재 약 3억8000만 원 수준이라는 게 송도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이후 10여년이 지나면서 매립지가 초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선 국제도시로 변모했지만, 이 땅은 내내 방치돼 왔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송도에 부동산 광풍이 불 때만 해도 너도 나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지주가 너무 많은 데다 건축 규제ㆍ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사업성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태 미개발 상태라는 게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개발을 추지 중인 시행사 측의 설명이었다.
우선 이 땅의 지주들은 무려 690여 명에 달한다. 이해 관계와 처지가 달은 전체 지주들의 동의를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게다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76필지로 분할돼 있어 각 필지 별로 주차장ㆍ건물 등을 다 따로 지어야 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인천경제청이 개발 촉진을 위해 주민 제안에 따라 공동 개발이 가능하도록 실시 계획을 변경해 줬지만, "땅 값이 더 오를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겠다"는 지주들이 여전히 많아 시행사 측의 개발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이 땅은 도시계획상 스카이라인 규제로 10층 이상의 빌딩을 지을 수 없는데다 1, 2, 3층은 의무적으로 상가를 입주시켜야 한다. 설상가상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상 복합을 지어 분양하더라도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시행사나 지주들의 입장에선 개발이 꺼려지는 가장 큰 요인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지주들이 높은 수익을 바라지만 경기가 너무 안 좋은데다 층고제한ㆍ상업시설 30% 등으로 사업성이 안 나온다. 경기가 풀릴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M2블록은 경작지 뿐만 아니라 대형 화물차량들이 불법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고 곳곳에 폐기물ㆍ컨테이너 박스가 버려져 있다. 누군가 설치한 간이 화장실까지 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천경제청도 골치 아프긴 하지만 사유지라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을 수용해 공동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줬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성 문제 때문에 추진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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