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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 무공훈장 받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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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영규 기자]'주민등록 말소로 떠돌이 생활을 하던 '노숙인'이 공무원의 도움으로 주민등록 복원과 함께 자신의 과거 화랑무공훈장을 되찾고, 나아가 꿈에도 그리던 가족까지 찾았다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 경기도 수원에서 일어났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2006년부터 수원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한영수 옹(82ㆍ사진).
한 옹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지난해 9월30일 다시서기센터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다시서기센터는 경기도가 노숙자의 주민등록 복원사업을 위해 지난 2006년 설립한 기관.

한 옹은 이 곳에서 이해진 상담사를 만나게 된다. 이 상담사는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구걸을 하거나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돈을 받는 '꼬지'로 생계를 잇는 것에 비해 한 옹은 나물을 캐다 파는 등 자활의지가 있는 분 이었다"며 첫 인상을 회고했다.

이 상담사는 한 옹과 가까워지면서 6.25때 참전해 훈장을 받은 얘기, 지난 1964년 아내의 사망 후 가출한 사연 등 '특별한' 인생사를 알게 되고, 주민등록 복원 사업을 추진키로 마음을 먹었다.
이 상담사는 우선 한 옹의 주민등록 복원을 위해 지난해 11월 인근 여인숙에 주거공간을 마련해 줬다. 또 한 옹의 사연을 토대로 병무청에 병적기록과 훈장서훈 기록을 확인 요청했다. 육군본부는 지난 1955년 3월 1일 한 옹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된 기록을 확인해 줬고, 지난 3월 26일 고등동 주민센터를 찾아 57년 만에 한 옹의 훈장수여식을 다시 가졌다.

주민등록 복원은 훈장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가족도 찾아줬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위해 가족관계를 알아보던 이 상담사는 한 옹의 아들 가운데 장남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을 취해 상봉했다.

한 옹은 늘그막에 찾아 온 평온함에 그저 신기하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무공훈장도 찾고, 국가 유공자로 등록돼 연금도 받게 됐다. 한 달 방값 25만원을 빼고도 54만원이나 남는다.

한 옹은 "요새는 텔레비전도 보고, 다시서기 센터에 놀러도 가고, 먹고 싶은 것도 먹으면서 지내요. 수원역에는 이제 안가요"라며 손을 젓는다. 한 옹은 가정형편 때문에 함께 살지는 못하지만 요즘 손녀와 통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경기도 다시서기센터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40여명 정도의 주민등록을 복원, 사회로 복귀시키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6700만원의 예산을 책정, 현재 수원지역만 실시하고 있는 주민등록 복원사업을 성남과 의정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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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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