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변속기에 완전히 가려졌던 수동변속기 차량이 고유가에 힘입어 미약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이 연비 향상을 위해 수동변속기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수동모델까지 기꺼이 판매하겠다는 얘기다.
이 차를 선보인 가장 큰 이유는 공인연비가 20.1㎞/ℓ에 달할 정도로 높은 만큼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변속기 모델의 경우 연비가 15㎞/ℓ대인 반면 수동 모델은 20㎞/ℓ를 웃돈다”면서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운데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수동변속기를 고집하는 고객이 분명히 있는 데다 고유가 상황을 감안할 때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출시 배경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수동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국내 시장도 점차 유럽시장처럼 수동 중심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도 성능을 높인 벨로스터 터보를 출시하면서 수동변속기 모델 판매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6단 수동과 자동변속기 등 2가지 선택사양만 만들었다. 또 다른 고성능차인 제네시스 쿠페의 경우 전체 판매대수의 20% 이상이 수동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비 향상뿐 아니라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고객이 수동변속기 모델을 찾는다”면서 “기름값을 절약하는 부류뿐 아니라 재미를 위한 고객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수동변속기의 새로운 니치마켓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동변속기 모델이 눈에 띌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중고차 시장에 판매할 때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중고차 딜러는 “수동모델의 경우 고객이 찾지 않아 악성재고 확률이 높다”면서 “당연히 구입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중고차로 내놓기 위해서는 시장가격보다 낮게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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