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대통령이 대신 했다. "물가 잡겠다" "경제 걱정 없다" "대책을 철저히 세웠다"는 식의 정부 다짐은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경제는 갈수록 어렵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뛴다. 정부의 말과 국민의 체감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고용사정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정부가 자찬할 때 청년백수는 늘고 취업률은 뒷걸음질 쳤다.
작년 이맘때 시작된 '정부의 정유회사 팔 비틀기' 논란은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범정부 차원의 기름값 대책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당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은 "회계사인 내가 직접 정유사 회계분석을 해 보겠다" "성의표시라도 하라"면서 압박했다.
결과는 어제 이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다. ℓ당 50~100원가량 내렸던 휘발유 값은 다시 원위치됐고 지금은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거듭한다. 1년 전에는 뒷짐을 졌던 이 대통령이 이제 와서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잡는 것은 무리수라 말하니 어색하다. '정부가 방관한다'는 말도 국민들로서는 짜증 나는 표현이다. 대통령이 곧 정부의 대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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