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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내수 옥죄는 '거꾸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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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이면 각 기업들이 올해 부서 예산을 받아본다. 전체 예산이야 연말이나 연초에 결정되지만 각 부서별 살림계획은 2월 초나 말쯤에 윤곽이 드러난다. 올해 살림계획을 받아 본 기업 임직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올해는 정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난해도 이런 말을 했고, 지지난해도, 3년 전에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연초만 되면 으레 하는 말이 됐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기업 임직원과 국민들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한 해다'는 말만 하는 앵무새가 됐다. '우리가 언제 어렵지 않다고 예상한 적이 있었느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걱정의 배경은 매년 다르다. '환율이 문제다' '수출 시장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기가 어렵다' '원자재가 부담이 크다' 등등. 이 같은 걱정의 배경에는 우리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기업들의 전망이 깔려 있다. 국민들의 걱정 또한 이 같은 분위기가 전이된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말 어려운 해'라는 걱정이 반복되고 있다. 우선 수출에 대한 우려도 예년과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기호전이 더디고 유럽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 올해 걱정의 배경이다. 물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시장에 대한 우려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올해의 경우 예년과 같은 수출 걱정에 하나 추가되는 것이 있다. 내수다. 우리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보다 두 배 이상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수출이 감소하더라도 소비가 이를 충분히 떠받칠 수 있다. 정부도 해마다 반복되는 수출 걱정에 대한 답을 내수에서 찾으려 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되자 우리의 경제구조를 내수와 서비스산업 성장으로 바꿔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행보는 정부의 이런 의지를 의심케 한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이 대표적이다. 전 국민이 대형마트를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대형마트 활성화는 내수를 위한 필수조건이나 다름없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으로 인한 내수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백화점에 대한 각종 규제도 양산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분야 외투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유통산업 규제정책에 대한 전반적 시각은 '부정적'(64.9%)인 것으로 나타났고 외투기업의 투자 본국과 비교해서도 규제수준이 높다는 의견이 33.2%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유통 서비스 산업을 추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내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언행불일치가 계속되는 사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의 매출은 설 연휴 특수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 대비 4.1% 줄었고 대형마트는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 판매는 19%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곤두박칠쳤다.

향후 내수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가계사정마저 나빠졌다. 가계부채가 2003년 관련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인 월 9만원을 넘어섰다.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지난해 4분기 9만356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급증했다.

수출과 함께 내수마저 곤두박질치면서 그동안 말로만 예상해 온 '정말로 어려운 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걱정이 늘고 있다. 수출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마저 부진해지면 자칫 진짜 어려운 한 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업과 국민들 외에 정부 당국이 이런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노종섭 산업부장 nj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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